김용 세계은행 총재, 연임 가도에 빨간 불

      2016.08.10 08:06   수정 : 2016.08.10 08:06기사원문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의 연임이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직원들이 내년 6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총재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이사회에 제출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직원들은 서한에서 "세계는 변하고 있고, 세계은행 역시 함께 변해야 한다"면서 김 총재가 세계은행에 '리더십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어 이같은 임무를 맡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게임의 법칙들을 다시 논의하지 않으면 세계은행 그룹은 국제 무대에서 시대에 뒤처진 기구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에 직면해 있다"면서 김 총재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계 미국 이민 1.5세대인 김 총재는 다트머스 총장 재직 시절인 2012년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김 총재는 그러나 취임 이후 세계은행 직원들과 자주 충돌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민심을 잃은데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위기에 세계은행이 대응토록 하는 등 세계은행의 전통적인 영역을 벗어난 개도국 보건 분야 지원을 확대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셌다.

직원들은 서한에서 이제는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미국인이 아닌 경쟁력 있는 다른 인물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2차 대전 기간인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과 함께 탄생한 기구로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이 늘 자국인을 총재로 앉혔다.

서한은 "세계은행은 좋은 지배구조, 투명성, 다양성, 국제 경쟁, 능력에 따른 총재 선임이라는 원칙들을 강조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지금껏 이런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대신 지난 수십년간 세계은행은 밀실협상으로 12번 연속 미국인 남성이 총재가 되는 것을 수용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과거 2년 간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 총재 취임 이후 직원들의 사기가 추락했고, 경영진이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도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직원의 3분의1만이 "고위 경영진이 세계은행을 이끄는 방향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은행이 '지도력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FT는 김 총재가 직원 반발 뿐만 아니라 많은 비정부기구(NGO)들로부터도 세계은행 프로젝트의 환경, 사회적 기준 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대변인은 이사회가 이전부터 직원들이 주장하는 기준들을 적용하고 있고, 2012년 김 총재 인선에도 이 기준이 적용됐다며 일축하고 있지만 거센 내부 반발에 직면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한편 세계은행 고위 임원 출신인 폴 카다리오 토론토대 교수는 세계은행 이사회가 이같은 원칙들을 제대로 적용하기로 하면 김 총재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건 분야 전문가인 김 총재가 세계은행의 전략을 보건 부문에 집중해 반발을 부르고 있다면서 그의 업무 성과를 검토하기 시작하면 다른 이들과 경쟁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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