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몰리는 글로벌머니 '못 믿을' 중국은 비켜간다

      2016.08.14 17:32   수정 : 2016.08.14 17:32기사원문

올 들어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만은 예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증시 급등락, 지난해 갑작스러운 위안 평가절하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정책불안에 성장둔화, 부채 증가 우려까지 겹쳐 신흥시장으로의 자본유입 흐름에서 비켜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 등을 인용, 이 같은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골드만삭스가 1조1000억달러 규모의 뮤추얼펀드 운용자산을 분석한 결과 펀드들은 중국 주식투자를 3.1%포인트 '비중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시가 글로벌 주식 벤치마크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3.1%포인트 적게 투자하고 있음을 뜻한다.
골드만삭스는 이 정도의 비중축소는 10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는 주가 흐름으로도 확인된다. 벤치마크인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가 올 들어 12일까지 15% 급등한 반면 중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이 기간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들은 1.1% 하락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식들은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했다. 중국 본토 증시는 더 심각해 상하이종합지수는 14% 폭락했다. 또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홍콩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사들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외국인투자가 쿼터는 3000억위안으로 설정돼 있지만 12일 현재 외국인투자 규모는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해만 해도 초반 주가 상승세 속에 중반께는 쿼터가 소진될 것이라던 전망이 무색하다.

최근 흐름은 중국과 나머지 신흥시장의 자금흐름 명암을 더 뚜렷이 드러낸다. 펀드 추적업체인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6주 동안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주식펀드에 약 13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35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외국인들이 한때 광적으로 매달리던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중국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크고 과도하게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지목된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초반 60% 폭등했지만 6~8월에는 매도세가 몰리며 최대 41% 폭락했고, 지난해 가을 반짝 상승세를 거친 뒤 올 1월에는 23% 폭락했다.

정책도 예측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8월 위안화 가치를 깜짝 평가절하하면서 위안은 달러에 대해 5% 하락했다. 주로 오르기만 하던 위안이 폭락하자 공황상태에 빠진 중국인들의 자금 해외유출이 줄을 이었다.

중국 경제둔화 상황이 정부 공식 통계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중국을 자본흐름에서 비켜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중국이 장기성장에서 단기성장으로 정책방향을 틀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4분기 6.7% 성장세가 장기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정부 지출과 신용공급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의 높은 부채 역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 핵심에는 중국 내 편법대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그림자금융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출 붐을 이끌고 있는 그림자금융이 50% 가까이 급증해 40조위안에 이르렀다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그림자금융은 지방정부, 부동산 개발업체, 정상적인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한다. IMF는 디폴트 위험이 있는 그림자금융 대출이 전체의 절반가량인 19조위안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한다고 우려했다.

IMF에 따르면 또 중국의 총부채는 비금융 국영기업에 대한 대출이 급증하면서 GDP 대비 240%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들 국영기업은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밖에 안 되지만 대출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끌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불안한 그림자금융, 부채 증가가 중국 금융부문의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IMF는 이날 중국 경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올해 6.6% 성장하고 이후 성장세가 더 둔화돼 2020년에는 5.9%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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