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한국역사 현장을 그린 '르포히스토리아'
2016.08.14 22:55
수정 : 2016.08.14 22:55기사원문
30년간 현대사의 현장에서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현장 40곳을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 얽힌 사람과 사건을 기록한 내용을 엮었다. 기자적 현장성을 살린 '르포'를 묶어 70년에 걸친 파란 많은 한국의 '히스토리아'를 드러냈다. 해방의 환희와 분단의 설움이 교차한 1945년 8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의 처절한 민낯을 드러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의 팽목항에서 마무리되는 현장 방문을 통해 저자는 과거를 해설하고 현재를 고민한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 사진과 현장의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 50장을 수록해 현장감을 살렸다.
해방이 분단과 독재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저항을 쿠데타의 총성으로 잠재웠지만, 결국 항쟁을 통해 민주와 통일을 실현해온 한국 현대사는 다시 돌아온 '나쁜 나라'와 여전한 가해자의 위세 앞에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채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다짐을 제안한다. 역사와 진실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부터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르포히스토리아'가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제6공화국' 시기를 온전히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30년간 꾸준히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기사와 책을 통해 선보였다. 저자는 '주간경향' 기획 기사 '타임캡슐', '인물탐구' 등을 통해 역사 속 사건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는가 하면, 책을 통해 군사정권 시기 억울하게 희생된 언론인의 삶을 기록(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하고, 무명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복원한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펴냈다. 한국 현대사 전문 기자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는 저자가 2015년부터 2016년에 이르는 시기 40곳에 이르는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고 한국 현대사 70년을 다시 돌아보는 글을 연재했다. 이를 엮은 책이 바로 '르포히스토리아'다.
필자는 만 30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자는 사실(fact)을 바탕으로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true)을 규명하는 직업이라고 믿었다. 필자는 이 사실과 진실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사실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르포'를 모으자 여러 사건이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드러내며 '히스토리아'가 됐다.
서대문형무소, 마산항 중앙부두, 남산 중앙정보부 터, 평화시장, 금남로, 남영동, 청계광장, 팽목항처럼 우리에게 그 의미가 익숙한 곳부터 천도교 중앙대교당, 원동성당, 금정굴처럼 역사적 의미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두루 살폈다. 또한, 남아 있는 흔적이 없어 역사적 의미를 모른다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원효로 1가, 한강대교 남단, 옛 성남출장소(현재 신세계 쉐던주상복합 위치), 옛 동대문운동장(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위치), 용산 육군본부 터(현재 전쟁기념관 위치), 여의도 옛 평민당사 등과 저자가 가장 '저평가된 정치인'으로 생각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에 얽힌 사연을 적었다.
다시 돌아온 '나쁜 나라'와 여전한 가해자의 위세 앞에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채 시련을 겪는 최근의 '히스토리아' 역시 쌍용차 평택공장, 서해수호관, 봉하마을, 역삼동 오피스텔 607호 등을 통해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를 통해 8.15광복, 4.3사건, 4.19혁명, 5.16쿠데타, 6.3사태, 10월유신, 10.26사건, 12.12반란, 5.18항쟁, 6월항쟁, 6.15선언, 4.16참사 등 한국 현대사 70년의 주요 사건들을 모두 다루고 정리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