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올림픽 찍고 '울트라 수퍼 그랜드슬램' 달성 보인다

      2016.08.18 10:50   수정 : 2016.08.18 10:50기사원문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돌아왔다.

박인비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솎아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역시 노보기 플레이 끝에 버디만 5개를 골라낸 김세영(23·미래에셋)과 나란히 공동 2위에 자리했다. 6언더파 65타를 쳐 1위에 오른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는 1타 차이다.

한 마디로 화려한 귀환이었다.
박인비는 허리, 손가락 부상으로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 할 정도로 올 시즌 부진했다. 그러면서 장기 집권 체제 구축이 예상됐던 세계랭킹 1인자 자리에서 내려와 현재는 5위까지 밀린 상태다. 이번 올림픽에도 국가대표 출전 자격이 있었지만 선뜻 출전을 선언할 수 없었다. 부진이 장기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생일대, 그것도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심사숙고 끝에 리우행을 결정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으로 그의 경기력에 의구심을 갖는 팬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전 대회였던 KLPGA투어 삼다수마스터스서 컷오프를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첫날 박인비의 플레이는 그러한 우려를 말끔이 씻어낼 정도로 완벽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운다'고 했던가. 참으로 멀리 돌아온 '여제'의 본모습이었다. 박인비는 동양인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다. 따라서 그가 올림픽마저 제패하게 된다면 골프 선수로는 최초인 '울트라 수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첫날 플레이만 놓고 본다면 그것이 실현될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고도 남는다. 박인비는 5번홀(파5)서 세번째 샷을 홀 40㎝에 붙이면서 첫 버디를 잡았다. 7번홀(파4)서는 6.5m짜리 퍼트를 성공시켜 징검다리 버디를 잡으며 상승세를 탔다. 1라운드 백미는 10번홀부터 12번홀까지 잡은 3개홀 연속 버디였다. 특히 12번홀(파4)에서는 10m 거리의 먼 거리 퍼트를 성공시켜 '침묵의 암살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이렇게 좋은 라운드를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올림픽에서 좋은 라운드를 해서 기쁘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3차례 정도 결정적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퍼트, 샷감이 모두 나쁘지 않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직 3라운드가 더 남아 있다. 지금 너무 들뜨고 싶지는 않다. 끝까지 샷감을 살리면서 퍼트를 잘하는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 김세영도 모처럼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주타누간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김세영은 1번(파5), 4번(파3), 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 10번과 18번홀(이상 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 선두권에 오른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 김세영은 트레이드 마크인 장타를 앞세워 4개의 파5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세영은 “1번홀에서 티샷할 때 ‘아, 오랫동안 기다린 대회가 이제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조금 긴장되더라”며 “10번, 12번, 15번은 티샷이 까다로웠다. 이 홀을 잘 넘기면 남은 라운드에서도 충분히 스코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타누간은 더블보기와 보기를 1개씩 범했으나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주타누간은 올 시즌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LPGA투어 4승을 올리면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다.

전인지(22·하이트)는 보기 4개에 버디 5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9위에 자리했다. 전인지는 초반 3개홀 연속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했으나 이후 평정심을 되찾아 언더파 대열에 합류했다.
양희영(27·PNS창호)은 버디 2개를 잡았으나 보기 4개를 범해 2오버파 73타 공동 39위로 밀렸다.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는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2타를 줄여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리디아 고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니까 살짝 떨리더라”며 “남은 경기에서는 스마트한 플레이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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