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한계에 도전했던 올림픽서 金… 행복해요"

      2016.08.21 17:17   수정 : 2016.08.21 17:17기사원문
"어떤 성적이 나올지는 저도 몰랐어요. 다만 제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116년만의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말이다.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막을 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한 박인비는 대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시즌 부상으로 스윙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스윙을 잡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왼손 엄지 부상으로 올시즌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랭킹 5위로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한 상태였다.
그러나 쉽사리 출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차일피일하던 결정은 최종 엔트리 확정일인 지난 7월 11일에서야 내릴 수 있었다. 박인비는 "그때 주위에서 '다른 후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라는 조언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사실 나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봤다.

박인비는 스윙을 잡기 위해 스윙 코치인 남편(남기협씨)의 외조도 부족해 남편의 선배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특훈은 효과를 보았다. 박인비는 "스윙이 잡히면서 버디 기회도 많이 생겨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는 대회 마지막날 여실히 입증되었다. 박인비의 이날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은 자그만치 80%나 됐다. 거기에다 주특기인 퍼트까지 호조를 띠면서 그야말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과시했다.

그렇다고 몸 상태가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다. 박인비는 "사실 부상 후유증이 아직도 있다"며 "원하지 않는 동작도 자주 나오고 거리도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결과를 떠나 후회 없는 올림픽을 치르고 싶었다"면서 "'한계에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맞게 겸허한 자세로 임했더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마지막으로 "한동안 부진했지만 여전히 좋은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골프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지금, 다음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인비는 "올림픽은 큰 목표였다. 올림픽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해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완벽한 컨디션으로 치러야 한다는 중압감과 압박감이 있었다"며 "한 달 동안 굉장히 긴장하고 혹사시켰다. 몸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없는 기분이다.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은 건강해지고 싶다"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밤잠을 설치며 응원해준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많은 분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그런 응원의 힘이 전달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운으로 홀에 자석이 있는 것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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