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의 같은 듯 다른 풍경.. 기억의 조각들을 끼워맞추다
2016.08.22 17:02
수정 : 2016.08.22 17:05기사원문
■자연의 기억을 통해 재구성된 풍경화
유지희 작가는 과거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장소와 공간들을 주관적 인식에 투영해 캔버스에 옮긴다. 과거와 현재, 이성과 감성의 극단적 대치는 빛의 반영과 투영을 통해 서로 겹쳐지고 또 흐트러지면서 관람객들에게 사색을 유도한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기억들은 과거에서 현재로 불쑥 나타나 지금의 공간과의 이질감을 유발하고, 이곳도 저곳도 아닌 중간지점, 즉 사색의 상태에 머무르도록 유도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이처럼 다른 장소와 시간을 사색하도록 하는 풍경의 틈새 같은 자연을 포착하고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을 향한 생각의 풍경을 표현한다. 직접 경험했거나 욕망하는 풍경들은 자연의 기억을 상징하는 일종의 '연상조각들'과 함께 맞물리며 새로운 내적 풍경화로 재탄생한다.
작품의 시작은 그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공간이나 이미지를 사진으로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런 자연과 공간 이미지를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풍경의 재해석이 이뤄지고, 큰 붓터치로 전체적인 흐름을 그리고 다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을 사색의 풍경 속으로 안내한다.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진 풍경
양혜령 작가 역시 기억을 바탕으로 풍경을 재구성한다. 그의 그림은 원근법적 사실 재현을 넘어 파편화된 기억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실재하는 장소를 그림 속으로 끌어오지만 그것은 이미 현실 속의 그곳이 아니다. 캔버스 위에 다시 연출된 공간은 모든 가능한 장소가 될 수 있는 열려 있는 구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한 가지 방식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억 속의 그곳을 사진으로 채록하기도 하지만 페인팅 작업을 거치면서 그곳은 생겨났다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또 서로 다른 기억과 감각이 생성되고 겹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되기도 한다.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 속 장소를 그렸지만, 그의 작품은 결국 현실에 없는 장소를 그린 '기억의 풍경화'가 되어버린 셈이다. 작가는 또 실제 공간에서 가져온 사진 혹은 그 장소에서 수집한 자연물 등 오브제를 페인팅 작업과 함께 전시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와 허구의 공간을 관람객에게 동시에 보여준다. 같은 듯 다른 두 작가의 풍경화를 만날 수 있는 '컴업'전은 오는 9월 10일까지 계속된다. 02 725 7114
yuna.kim@fnart.co.kr 김유나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