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무엇이 그들을 자살하게 만드나?
2016.09.04 09:00
수정 : 2016.09.04 09:00기사원문
#. 지난 8월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A군(12)은 평소와 다름 없이 방과 후 노원구 B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원 수업 도중 A군은 선생님에게 화장실을 가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A군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으러 간 선생님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화장실에서 A군이 가방끈에 목매 숨진 상태였던 것이다.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를 토대로 명백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이 또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 기준) 초등학생 3명을 포함해 70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다. 특히, 고등학생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대비 11명 더 많은 54명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인터넷상 자살 유해정보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한 초등학생이 ‘자살 카페’까지 운영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은 더해졌다.
무엇이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을 죽음이라는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 학교 성적·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
2014년 통계청이 13~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을 결심하는 주요 이유는 성적, 진학 문제(39.3%), 경제적 어려움(19.5%), 가정불화(10.5%)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적 위주의 교육체계는 학생들에게 큰 정신적인 괴로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극심한 학업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결여돼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 특목고가 명문대 합격의 지름길이라는 부모의 믿음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 전쟁에 놓이기도 한다.
부모와 교사가 점수로 학생들의 서열을 세우는 경우,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본인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모 중학교에 다니는 B양(13)은 “성적이 낮으면 학교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똑같이 잘못을 해도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아이의 편에서 잘잘못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며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막상 생활해보면 행복은 성적 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모의 불화로 자살을 결심하는 학생도 있다.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모의 불화는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울증으로 증상이 확대돼 학생들을 자살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예방 차원의 대책 마련 뿐만 아니라 평소에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지속해서 애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4 청소년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9~12세 아동 876명 중 35.1%가 자신의 고민에 대해 부모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방과 후 거의 매일 집에 혼자 있다는 아동이 10.8%에 달했고, 수업이 끝나고 집에 늦게 들어와도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아동도 5.7%였다.
현재 학생 자살에 대한 대책 마련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연 2회의 자살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아파트나 공동주택 옥상에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 규정도 마련됐다.
교육부는 오는 9월 둘째주까지 ‘생명존중 운영주간’으로 정하고 학생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학부모가 치료를 거부하는 학생을 줄이기 위해 치료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도연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장은 청소년 자살 해결방안에 대해 “자살을 예방하려면 학교폭력이나 위기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저학년 때부터 학생들의 인성교육, 공감훈련 등 체계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시적인 자살 예방 프로그램 교육은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자살 고위험군 학생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