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이틀째 공회전...정의장-與 치킨게임 막장극
2016.09.02 16:54
수정 : 2016.09.02 16:54기사원문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과와 사회권 이양을 요구하며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소신 발언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이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막장극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2일 정 의장이 공식 사과와 함께 국회 본회의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지 않으면 의사일정 보이콧을 지속하겠다고 거듭 강경한 태도를 일관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지키기라는 비판을 일축하며 정 의장의 사드 비판 발언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정 원내대표를 만나 "국민께 송구하다"는 식의 유감 표명을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에서는 당에 대한 사과도 포함돼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또 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이양하라는 새누리당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양측의 날선 대치가 지속됐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은 복도에 주저앉고 농성에 돌입했다. 의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 '의장님 저희 추경 처리하고 싶습니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사퇴 촉구 구호를 외쳤다. 예상치 못하게 의장실 문이 잠겨있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은 어디로 도망갔느냐"고 소리치며 닫힌 의장실 문을 세게 흔들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초강경 모드로 돌입해 대야 투쟁 수위를 높인 것은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전투력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것. 그러나 수적 열세 상황에서 보이콧 등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고, 집권여당으로서 매번 의사일정을 거부할 수는 없는 입장이어서 한계론도 대두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당장 지난 7월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실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수차례의 여야 협상 파기와 타결 끝에 최종 합의된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은 정부가 목표로 했던 추석 전 집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효성이 더욱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치정국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야당은 정 의장 편에서 엄호 사격에 나서면서 엉킨 실타래를 더욱 꼬이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정국이 이번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선 내년 대선전까지 여야 대립이 극한의 정도까지 심화돼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매몰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여야가 겉으론 협치를 내세우면서도 결국 정쟁만 벌이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