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때 돈 빌리자"..亞, 달러표시 회사채 발행 급증

      2016.09.02 17:20   수정 : 2016.09.02 17:20기사원문
아시아 기업, 은행들이 미국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사채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이전 고금리 채무를 되갚거나 새로운 자금 마련을 위한 발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발행 증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은 140억5000만달러 규모로 지난해와 2014년 8월 발행 규모의 2배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은 중국,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범중국권 업체들이 발행한 것이다.


8월은 통상 여름 휴가로 채권 발행이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때이지만 올해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분석으로 인해 바빠졌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저금리로 돈을 빌리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등에 힘입어 세계 금융시장에 널리고 널린 값싼 돈을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돈이 넘치면서 회사채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JP모간 아시아 신용지수 흐름으로 보면 투자등급 아시아 기업.은행들의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연초 대비 0.84%포인트 하락한 3.38%을 기록하고 있다. 투기등급 회사채 평균 수익률도 1.61%포인트 급락한 6.41%로 낮아졌다.

수익률 하락은 새로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발행금리, 즉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수요가 있는 한 금리가 오르기 전에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신규 자금 수요를 충당하고, 이전에 발행한 고금리 채권을 환매해 이를 저금리로 돌리려는 욕구도 커진다.

중국 부동산 개발.유료도로 관리업체인 로드킹 인프라스트럭처의 사례는 이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 업체는 지난달 3일 3년만기 회사채 4억5000만달러어치를 발행했고, 같은달 30일에는 5년만기로 5억달러어치를 팔았다. 발행금리는 3년만기가 5%였고, 30일 발행한 5년만기 회사채는 4.70%로 떨어졌다.

로드킹은 2012년 9.875% 금리로 발행한 5년만기 회사채 3억5000만달러를 조기에 되갚기로 했다. 막대한 금리차를 거두게 된 셈이다. 데릭 젠 로드킹 이사는 "지난달 말 발행을 서두를 이유는 없었지만 매우 우호적인 시장환경을 감안해 발행을 결정했다"면서 "상당한 금리비용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UBS 아시아 채권자본시장 부문 공동책임자인 폴 오는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라면서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저금리 환경이 회사채 발행 기업들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때문에 적어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는 아시아 기업.금융기관들의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기 전에 자본 조달비용을 저금리 상태에서 묶어두기 위한 것이다.

특히 8월 발행이 급증했지만 올들어 8월까지 달러표시 채권 발행 규모가 1267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비 6.7% 작아 증가 여력도 충분하다.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시장환경을 급반전시키면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채권 부문 책임자 아서 라우는 올들어 회사채 발행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 공급 증가가 시장에 심각한 위험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 금리 인상이 상황을 뒤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처럼 좁은 금리 스프레드, 낮은 채권 수익률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시장으로 몰렸던 자금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면서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지금의 기술적 기반들이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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