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일반인 합성사진, SNS서 공공연히 유포·판매
2016.09.08 16:26
수정 : 2016.09.08 16:26기사원문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겨하는 이모씨(27)는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한 계정을 클릭했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해당 계정에는 알몸 사진에 여자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이씨는 곧바로 해당 계정을 유해 콘텐츠로 신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성사진 계정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부 계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합성사진도 만들어 유포하고 있었다.
최근 SNS에서 연예인이나 일반인 얼굴을 '야한 사진'에 합성해준다는 계정이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예인 합성’ ‘지인 합성’ 등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관련 계정이 수십개 발견된다. 네티즌들이 힘을 모아 해당 계정을 신고해도 금방 또 다른 계정이 생겨난다. 과거 음란사이트의 대표주자였던 소라넷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소라넷 폐쇄로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행위 사진에 미성년자도 합성...판매까지
문제의 계정에는 누가 봐도 경악할 만한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 뿐 아니라 유명 여배우, 스포츠 스타 얼굴에 알몸 사진을 합성해 해당 여성들이 알몸사진을 찍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최근 뛰어난 방송 진행 능력으로 주목받는 한 여배우는 미성년자인데도 합성대상이 됐고 일부에서는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도 합성을 했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계정에서는 지인을 능욕한다며 친구, 가족, 애인, 직장동료 등의 사진을 보내면 의뢰자가 원하는대로 합성을 해준다고 했다. 합성 조건으로 돈이나 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며 합성사진을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기자가 의뢰인인 척 하고 판매자에게 샘플을 달라고 접근하자 일본 성인 동영상 표지에 우리나라 10~20대로 추정되는 여성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보여줬다.
합성사진 수위는 높은 편이다. 정적인 알몸 사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움짤(움직이는 짤방)’로 불리는 GIF 파일을 제작, 각종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누가 보더라도 자극적이고 엽기적이어서 합성 대상이 된 피해자는 정신적 충격을 입을 수 있다.
■"명예훼손 처벌 사안.. 심각한 인격 침해"
이 같은 합성사진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현아, 미쓰에이 수지와 다비치 강민경 등도 합성사진이 유포돼 곤혹을 치렀다. 강민경의 합성사진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 2명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을 정도로 타인의 합성사진을 만들어 인터넷에 게재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경찰 관계자는 “연예인이 성행위를 하는 모습 등 합성사진을 유포한 사람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 합성사진 판매는 음란정보 유통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합성사진을 만드는 것은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고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만 본다는 것”이라며 “합성사진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생각하고 유포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로, 법으로 처벌하는 범위가 작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은 “과거 수지 같은 연예인이 합성사진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도 피해대상이 되고 있다. 심각한 인격 침해 행위”라며 “합성사진 유포 뿐만 아니라 몰래카메라 등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한 법 규정이나 처벌 수준이 일률적이지 않아 정리가 필요하다. 단순 벌금형인 경우도 많아 당장 법을 고치기보다는 현재 법 안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