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구 K-마켓 회장 "승부처요? 품질 밖에 없습니다"
2016.09.12 12:41
수정 : 2016.09.12 16:02기사원문
베트남 진출하려는 한국 식품기업에 조언을 부탁하자, 고상구 K-마켓 회장( 사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K-마켓은 베트남 현지 최대 한국식품 유통기업이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식품기업 대부분이 K-마켓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번 2016 베트남 호치민 'K-FOOD FAIR'에 참가한 식품기업들 다수가 K-마켓과 계약을 체결했다.
고상구 회장은 K-마켓은 말하자면 가장 확실한 베트남의 한국식품 유통경로인 셈이다. 하지만 고 회장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억원의 투자금을 가지고 지난 2002년 베트남에 첫 발을 들인 고 회장의 첫 사업아이템은 '백화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성공적으로 망했다"고 말했다. 옷을 주로 팔았는데, 살아남은 것은 인삼 뿐이었다.
고 회장은 "당시 재고를 팔아 3억 정도를 마련했다. 백화점을 정리하다보니, 유일하게 잘 팔린 상품이 '인삼'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망해도 성공적으로 망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17억원의 수업료를 지불한 그는 이듬해 '스타코리아'라는 인삼 전문매장을 설립했다. 2004년까지 2년 동안 잃어버린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면 베트남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베트남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신뢰한다. 인삼을 판매하면서 인삼주를 만들어 팔았다. 인삼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용기에 인삼주를 만들어 팔면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해 베트남인들의 명절선물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런 고 회장에게 식품사업을 제안한 것은 한국농수신식품유통공사(aT) 쪽이었다. 2006년 K-마트(K-마켓의 전신)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베트남 내 한국식품의 수요가 많지 않았다. 많은 물량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그야 말로 모험. 고 회장은 "당시엔 농심, CJ에서 100박스 정도만 가져왔는데도 못 팔고 버리는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그 과정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교민을 중심으로 한 사업은 승산이 없다고 봤다. 현재 우리 K-마켓은 대부분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당시 인삼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식품사업에서 나는 적자를 메웠다. 현재는 인삼 비중은 줄었지만 오히려 식품사업이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K-마켓이 현재 베트남 현지 최대 한국식품 유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와 aT의 도움이 컸다. 고 회장은 "베트남은 한류열풍의 진원지다. 젊은이들의 입맛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aT가 작년 11월 진행한 한국음식문화축제와 같은 행사 덕분에 최근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식품 기업이 베트남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한인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실패의 원인을 보면, 한국 식품기업 간 가격 경쟁을 경우가 더러 있다"며 "옹달샘에 고기 두 마리가 싸워 한 마리가 죽으면 그 사체로 인해 물이 썪어 나머지도 죽게 된다. 가격보다는 품질이 우선해야 살 수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그는 'K-FOOD'라는 외식사업 업체를 새로 설립했다. 배경이 궁금했다. 고 회장은 "베트남의 인구구조를 보면, 우리와 차이가 크다. 우리는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지만, 이곳은 전체 인구 9300만명 중 30대 이하가 6000만명"이라며 "떡볶이, 오뎅 등 한국 분식은 분명히 베트남 젊은이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했다. 고 회장은 "2002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1년 만에 투자금의 거의 전부를 날렸다. 그리고 재작년에 화재로 인해 400만 달러를 잃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선구자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법"이라며 "지금 베트남은 스마트폰으로 유통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상거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