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동물원'

      2016.09.12 17:16   수정 : 2016.09.12 17:17기사원문
2012년 대통령 선거 열기가 한창인 무렵 유행하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3대 불가사의가 뭐냐는 것이었다. 다 알다시피 정답은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다. 3년반 정도가 흐른 지금 세 가지 가운데 대중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된 것은 숙청과 핵개발로 대표되는 김정은의 속마음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는 아직도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동물원 발언에 대한 논란이 열흘 넘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6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 것이다. (정부가) 핵심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본다"는 발언 때문이다. 대기업과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혁신센터를 비판한 것이다. 안철수의 동물원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치 입문 전부터 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구조를 '삼성동물원.LG동물원.SK동물원'에 비유했다. "이 동물원에 갇히면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정부.여당과 당사자인 창조혁신센터가 들고 일어났다. 새누리당은 "과실을 더 많이 수확해서 나눠주는 과수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은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반박했다. 창조혁신센터 일부 센터장은 국민의당을 항의 방문하고 오는 21일 공개토론회까지 제안해 놓은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안 전 대표가 해명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벤처기업을 동물원의 동물로 만들지 말라고 대기업과 정부에 경고했는데, 벤처기업을 모욕하지 말라고 합니다.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는 격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첨병인 창조혁신센터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현 정부 임기가 끝나면 기능이 대폭 축소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다.
이명박정부 녹색성장도 그랬다. 정권이 바뀌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벤처기업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도 안철수식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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