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하도시 다녀온 박원순.. 서울 지하공간 개발 속도낸다
2016.09.12 17:30
수정 : 2016.09.12 23:31기사원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미국.캐나다 등 북미 주요도시의 지하공간 활용 사례를 둘러보면서 서울시 지하공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옛 전차 터미널을 되살리는 '로우라인' 조성 현장을 방문한데 이어 9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대표적 지하도시인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방문해 서울 도심 지하공간 활용에 관한 밑그림을 그렸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4년 버려진 고가철도를 보행공원으로 되살린 뉴욕 '하이라인파크'를 둘러본 후 '서울역 고가 7017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어 이번 방문 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북미방문 결과를 종합해 서울시 지하공간 재생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로우라인 민간 후원자금으로 조성
이번에 박 시장이 방문한 뉴욕 로우라인과 캐나다 언더그라운드시티는 세계 최초.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지하시설물이다.
뉴욕 하이라인 프로젝트는 1948년 이후 방치된 4046㎡ 규모의 옛 전차 터미널 지하공간에 조성한 세계 최초의 지하공원이다. 첨단장비를 이용해 태양광을 지하 6m 깊이로 끌어들여 70종 이상, 3000가지의 식물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민간 거버넌스를 통한 사업 추진방식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2년 착공해 2021년 준공 예정인 뉴욕 로우라인 프로젝트는 초기 구상단계에서 청년들과 지역 고등학생을 참여시키고, 민간 협력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로우라인 프로젝트는 미국의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 스타터(Kick Starter)를 통해 3300여명의 후원자가 자금을 모아 사업을 추진해 도시개발사업 방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나사(NASA)의 인공위성 엔지니어 출신 제임스 램지가 '팀 로우라인'을 꾸려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입체도시의 최초 사례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전체 길이 32㎞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대형 지하도시로, 한겨울이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몬트리올의 혹독한 추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1962년 조성됐다.
총 1700여개의 상점과 식당, 극장, 박물관 등 도심 상권을 실내에 구축함으로써 열악한 기후를 극복해 사실상 도시 속의 또 다른 도시로 평가받는다. 몬트리올 도심 오피스의 80%가 이곳과 연결돼 있고,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역만 10개, 출입구 수도 155개에 달하는 입체적 도시 개발의 대표 사례다.
12일 서울시 관계자는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세계의 대도시들은 지상 가용지가 부족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공간 활용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최근 폭염과 폭설 등 기상이변 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지하도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동대로.광화문.세운상가 등 유력 사업지로 거론
서울시내 유력한 지하공간 재생 후보지는 △여의도 환승센터 지하벙커 △옛 청량리역사 △시청~을지로 지하상가 등이 꼽힌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5일 뉴욕 로우라인 방문 당시 "서울 여의도 지하벙커와 구 청량리역사 등 지하공간에 보행자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공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청사진을 그렸다.
현재 서울시는 '시청~을지로 지하보도'와 '광화문~종각역 청진구역 지하보도' 등 서울 사대문 안 지하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시는 1단계 옛 서울국세청 별관에서 서울시청, 2단계 서울시청에서 동아일보사, 3단계 동아일보사에서 광화문 삼거리까지를 지하 보행로로 연결해 서울 도심을 지하로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시청과 광화문간 단절된 지하공간을 연결해 서울 도심 최대규모의 지하도시를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지하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 역시 "로우라인 프로젝트는 자연의 빛을 어떻게 지하로 전달해서 어떻게 생물 생육이 가능한가 보여주는 실험"이라며 "광화문.세종로 지하보도에서도 이런 실험을 함께하면 매일 쾌적한 지하문명을 즐길 수 있다"며 이같은 계획의 구체화를 시사했다.
한편 강남 영동대로 지하는 언더그라운드시티 못지않은 거점 지하도시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시는 오는 2021년까지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지하에 총 16만㎡의 복합환승센터 및 문화.상업시설을 짓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코엑스~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연결해 국내 최대규모 지하도시가 조성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박원순 시장의 북미지역 방문결과를 종합해 체계적인 지하공간 개발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 지하공간을 보행 네트워크로 연결하게 될 것"이라며 "로우라인과 언더그라우드시티의 장점을 적용해 하반기 중 종합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