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채권시장.. 정크본드 금리 급등
2016.09.18 16:39
수정 : 2016.09.18 21:15기사원문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채권매입 흐름 속에 순항하던 채권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취약한 고리인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수익률(금리)이 급등하고 있고, 주요 국채 수익률 역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수요 감소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크본드 수익률 급등은 정크본드 채권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매도세는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던 이른바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채권매입을 통한 통화공급 정책인 양적완화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채권시장을 시작으로 금융시장에 한 차례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채권시장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마이너스에서 움직이던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이 지난주 플러스로 돌아섰고, 높은 수익률을 좇는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던 정크본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EPFR에 따르면 14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1주일간 정크펀드 투자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5억달러로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 동결을 결정하고 채권매입 기간 연장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혀 시장 매도세의 방아쇠를 당겼다.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는 일본은행(BOJ)도 추가 완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는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제적 금리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매파'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추가 금리인상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주요국의 경기부양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 속에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큰 폭으로 뛰었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16일 0.04%포인트(4bp) 뛴 0.778%로 올랐다. 3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2% 올라 연율기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7월 0.8%에서 1.1%로 끌어올린 덕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확률이 오르면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뛴 것이다.
채권 매도세가 힘을 받으면서 수익률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반전된 국채.회사채 규모는 지난 1주일 새 1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채권 규모는 12조6000억달러로 줄었다.
지난주 0.004%로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기준물인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6일 소폭 하락했지만 0.003%로 여전히 플러스에 머물렀다.
특히 유로존 주변부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탈리아 3년물 국채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 규모는 30% 넘게 급감했다.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 역시 16일 2차 구제금융설이 도는 가운데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0.064%포인트(6.4bp) 급등한 3.479%를 기록했다.
유로표시 회사채도 수익률이 크게 올라 마이너스 수익률 회사채 규모가 1주일새 9억1600만달러어치에서 7억3100만달러어치로 급감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 즉 채권 가격 하락은 연기금을 비롯한 채권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부담을 지운다.
채권 발행 금리 자체가 낮은 가운데 가격은 높아 조그만 가격 변동에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국채 수익률이 2011년 수준으로 회복하면 일부 최고 등급 국채 투자자들이 최대 3조8000억달러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의 채권 매도세는 2013년 채권시장에 몰아친 '긴축발작'을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간체이스는 지금 상황이 2013년 5월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QE 축소 시사로 몰아닥친 긴축발작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ECB와 BOJ의 추가 QE 한계에 대한 우려가 채권 매도세의 방아쇠를 당겼고,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채권 보유규모가 그 불길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은 통화정책 기조 변경 속에 막대한 고평가된 채권이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을 일으키는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