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고 3팀간 '가을야구' 가능성

      2016.09.21 17:16   수정 : 2016.09.21 17:29기사원문
서울 세 팀이 모두 가을 야구를 치를 전망이다.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20일 현재 두산 1위, 넥센 3위, LG 4위다. 이변이 없는 한 5팀이 겨루는 가을 야구 초대장을 받게 된다. 이들 세 팀에는 공통점이 있다.


구단주들의 유난스런 '야구 사랑'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 삼성 이재용 부회장(구단주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도 열렬한 야구팬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 박정원, 넥센 이장석, LG 구본준 구단주만큼 '베이스볼 온리(baseball only)'는 아니다.

나머지 구단주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이들의 '야구사랑'은 고스란히 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세 구단주들이 남다른 정성으로 빚은 빛깔 곱고 탐스런 열매가 가을야구의 꿈으로 영글고 있다.

두산 박정원 구단주는 2009년 3월 구단주를 맡았다. 아버지 박용곤 명예회장에 이어 2대째다. 박 구단주는 매년 어김없이 베어스의 해외 전지훈련을 참관해 오고 있다. 구단 프런트에겐 부담이지만 선수들에겐 자랑이다.

두산은 2015년 겨울 84억원의 거금을 들여 FA(자유계약선수) 장원준을 데려왔다. 두산그룹의 최근 사정상 구단주의 통 큰 결단이 아니고선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 결과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얼마 전 구단주의 지시로 타던 차를 바꾸었다. 지방 원정을 선수단과 함께 다니는 프로야구 단장의 발품을 감안해 승용차 대신 승합차로 대체했다. 단장의 피로도까지 챙기는 구단주의 배려에 감읍했음은 물론이다.

LG 구본준 구단주는 경남중 기수별 야구팀 선수다. 야구 실력을 늘리기 위해 몰래 과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주의 형인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능 KBO 총재의 '야구 사랑'도 유명하다.

구본무 회장은 얼마 전까지 매년 봄 경남 진주의 외가댁에 선수단을 초청해 잔치를 벌였다. LG 구단에선 이를 '단목행사'라고 불렀다. 구본무 회장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를 대비해 미리 MVP에게 줄 선물을 사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선물은 회장실 금고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장석 넥센 구단주는 '빌리 장석'으로 불린다.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이름과 합성어다. 2008년 우연히 야구단과 인연을 맺은 이래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넥센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유한준(kt) 등을 차례로 내보내고도 올 시즌 3위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은 이변이다. '빌리 장석' 구단주와 염경엽 감독의 '지략 야구' 덕분이다. 이장석 구단주는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최근 모두 기각됐다.


가을야구는 4·5위 간의 단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숨 막히게 진행된다. 1위 두산의 한국시리즈 직행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 3위 넥센이나 4위 LG가 올라가게 되면 사상 처음으로 서울 팀끼리 한국시리즈를 갖게 된다.
'한 지붕 세 가족' 서울 야구팬들의 가슴이 설레고 있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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