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각 하루만에' 강만수 전 행장 영장 재청구 방침.."사익추구형 부패사범"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25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에 대해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지 하루만이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을 ‘사익추구형 공직부패 사범’이라고 규정, 구속 필요성을 내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는 수사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며 “강 전 행장에 대해서는 보완 수사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6·구속기소)의 비리혐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자신의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 B사 등에 수십억원대 투자를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강 전 행장이 재임 중이던 2011년 말 사실상 감사 성격이 짙은 ‘경영 컨설팅’을 실시, 남 전 사장의 개인 비리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경영 상 비리를 다수 발견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의 개인 비리를 눈감아달라는 청탁을 받자 즉각 B사에 대한 투자를 확약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실무진의 반대에도 2012년 B사의 연구개발 사업에 55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금은 2012년과 2013년 44억원까지 집행된 후 강 전 행장 퇴임과 함께 즉각 끊겼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이 당시 남 전 사장의 비리 사항에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불투명한 회계 실사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현재의 대우조선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고교 동창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과 유착, 한성기업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충분히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한성기업이 산업은행에서 18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실무를 처리한 산은 직원들로부터 특혜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이 임 회장과 친구관계를 가장해 대출편의를 제공했다”며 “권한을 이용했던 지속적,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같은 종친회 소속 강모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 W사에 50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씨가 범죄사실을 전부 자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강 전 행장이 청와대 사진사 출신 김모씨 등 측근을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 2011년께 주류업체 D사의 청탁을 받아 B사 대표 김씨를 통해 백운찬 당시 조세심판원장(60)을 압박한 의혹 등도 사실관계가 규명되는 대로 기소할 방침이다.

[e-mail]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