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창근號' 당면 과제 3가지
2016.09.29 17:49
수정 : 2016.09.29 22:03기사원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사실상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이 29일 유창근 내정자(사진)를 공식 대표로 선임하면서 향후 새 수장의 행보에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날 "신임 유창근 대표를 중심으로 현대상선은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통한 영업기반 강화와 정보통신(IT) 접목을 통한 운영효율 개선 등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향후 지속 성장 가능한 세계 초일류 선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을 거쳐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한뒤 20년 넘게 해운에 종사하며 한국 해운의 성장을 함께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구주본부장,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지냈고 현대상선 자회사 해영선박 대표이사를 거쳐 2012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현대상선 퇴임후엔 최근까지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을 둘러싼 각종 여건이 녹록치 않아 유 대표는 시작부터 험난한 길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글로벌 선두기업까지 적자에 시달릴 정도로 여전히 업황 개선은 더딘 상태인데다, 이런 상황을 돌파해낼 회사 체력은 충분치 않다는 측면에서다.
당장 현대상선이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전망 자체도 쉽지 않다. 현대상선은 사상 최저 수준의 해운 운임에 지난 2.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 2.4분기 매출 1조168억원, 영업손실 2543억원으로, 올 상반기만 41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빚 갚느라 알짜 사업들은 줄줄이 팔아 이제 사업 밑천이 바닥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현대상선은 2013년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선, 벌크전용선사업부 등을 잇달아 매각했다.
유 대표에게 가장 큰 과제는 결국 영업력을 키워 실적개선에 나서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컨테이너 전문가'로 손에 꼽히는 유 대표가 현대상선의 주력 컨테이너 부문에서 얼마나 창의적인 사업구상을 해낼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유 대표가 현대상선 수장에 오른 것도 컨테이너 사업에 대한 그의 안목을 채권단이 특히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대표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컨테이너사업본부장을 지냈고,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옮겼을 땐 인천신항 컨테이너 물동량 확보에 주력했다. 이런 차원에서 영업력 향상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의 알짜사업 인수를 원만히 해내는 것도 유 대표의 몫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법정관리중인 한진해운의 알짜 영업망과 네트워크, 자산, 핵심인력 등을 현대상선이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공략역시 만만찮아 쉽지 않은 과제로 볼 수 있다. 한진해운의 사업, 자산중 어느것이 현대상선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유대표가 해야한다.
글로벌 새 얼라이언스 2M에 합류할 예정인 현대상선은 세계 해운 '빅2'사이에서 제 위치를 찾아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와 함께 선박을 공유할 예정이지만, 보유한 선박은 소형에 속한다. 선대를 공격적으로 키워온 2M은 1만8000TEU(20피트 컨테이너선 1개가 1TEI)급 선박도 여러대 갖고 있지만, 현대상선 선박은 1만3000TEU급이 최대 사이즈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날 서울 연지동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차례로 열어 유창근 내정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 대표는 이달초 채권은행 등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자로 통보받은 직후 현대상선을 방문한데 이어 그간 회사와 해운업계 전반적인 현안을 챙겨왔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