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억새가 한창입니다
2016.10.06 17:30
수정 : 2016.10.06 19:23기사원문
■능선 따라 물결치는 억새의 바다 정선 민둥산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해발 1118m의 민둥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억새 여행지다. 등산로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하이라이트는 7부 능선을 지나 멀리 정상을 바라보는 지점부터다.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억새의 바다가 펼쳐진다. 민둥산 억새는 초가을에 이삭이 패기 시작해 10월 중순이면 드넓은 구릉지를 하얗게 뒤덮는다. 매년 이곳서 열리는 민둥산 억새꽃축제가 올해도 지난달 24일 이미 시작돼 오는 11월 13일까지 열린다.
끝자리 2.7일에 서는 정선오일장이나 매주 토요일 열리는 주말장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면 좋다. 장터에서 메밀부침개, 수수부꾸미, 감자옹심이 같은 산촌 별미를 맛보고 화암동굴, 아우라지, 병방치스카이워크를 연계해 여행하면 안성맞춤하다.
■억새밭으로 날아든 철새들의 천국 창원 주남저수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는 가을이면 더욱 빛난다. 저수지 주변으로 억새가 무리지어 피고,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철새들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탐방로는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차분한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를 잇는 산책로, 동판저수지 둘레길에는 코스모스와 억새가 향연을 벌인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은 주홍빛으로 곱게 갈아입은 단감이 제철이다. 단감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빗돌배기마을과 올해 새롭게 조성한 창원단감테마공원은 단감을 주제로 한 창원시의 새로운 명소다. 요즘 창동예술촌에는 무료로 대여하는 한복을 입고 즐기는 골목 여행이 인기다. 부림시장 지하에는 청년의 열정으로 개성 있는 음식을 내는 문화공간 '청춘바보몰'이 문을 열었다.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로운 능선 광주 무등산
무등산(사진)은 빛고을 광주를 품은 '어머니의 산'이다. 가을이면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로운 능선에 억새가 핀다. 무등산국립공원 억새 산행은 오르는 길, 고개, 능선에 따라 다채롭다. 장불재 일대는 억새 향연의 주 무대이며, 중머리재와 중봉, 백마능선, 꼬막재 등에서 억새의 군무가 펼쳐진다. 정상부에 오르면 하얗게 핀 억새 너머로 입석대, 서석대 등 높이 1000m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드리워졌다. 증심사 지구 외에 원효사 지구도 호젓한 억새 산행을 위한 출발 포인트다. 등산객의 미각을 자극하는 별미는 보리밥정식이다. 무등산 보리밥정식 상차림에는 10여가지 산나물 외에 돼지머리 고기, 도토리묵 등이 푸짐하게 오른다. 억새의 군무는 영산강에서도 구경할 수 있으며, 10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극락교 일원에서 영산강억새생태문화제가 열린다.
■차를 타고 달리는 광활한 갈대밭 해남 고천암호
전남 해남 고천암호는 광활한 갈대밭이 있는 곳이다. 여느 갈대밭과 달리 차를 타고 다니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남읍 부호리에서 화산면 연곡리까지 펼쳐진 갈대밭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가을바람의 지휘에 따라 넘실거리는 갈대의 군무는 멀미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해남은 맛 여행지로도 국내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다. 이 무렵이면 고소한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삼치회가 미식가들의 젓가락을 분주하게 만든다. 해남 햇김에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가락 얹고, 삼치회와 묵은 김치를 올려 먹는 삼치삼합은 가을 해남 여행을 완성하는 별미 중의 별미다. '서예 박물관'으로 불리는 천년 고찰 대흥사와 대흥사 가는 장춘숲길도 가을 운치를 더한다. 해남 여행 하면 떠오르는 땅끝마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쪽빛 바다와 하얀 억새의 가을 선물 보령 오서산
충남 보령의 가을은 머드축제가 열리는 여름 못지않다. 자연의 가을빛과 제철 바다 진미가 반긴다. 우선 오서산은 10월에 접어들며 억새가 절정을 향한다. 오서산 억새는 정상부에 약 2㎞ 이어지는데, 가을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풍경에 설렌다. '서해의 등대산'이라 불리는 오서산은 서해 인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에 올라 망망대해를 조망하면, 또 한 번 오서산의 가을 선물을 실감한다. 식후경이 오서산이라면 미각을 사로잡는 주인공은 제철 대하와 전어, 꽃게 등이다. 무창포에서는 9일까지 '2016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대하.전어축제'가 열린다. 대천항 수산물센터나 수산시장은 섬 여행과 연계하기에 좋다. 오천항에 가면 7~8월 금어기를 지난 키조개가 다시 선보인다. 혀끝에 맴도는 가을 바다의 진미다. 억새 여행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든 청라 은행마을도 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고즈넉한 남한강의 평화로운 풍경 충주 비내섬
가을이 되면 충북 충주는 더욱 빛난다. 비내섬에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억새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남한강을 찾아 철새도 날아든다. 푸른 가을 하늘과 황홀한 억새, 고즈넉한 남한강은 더없이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 비내섬 앞에는 남한강변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비내길이 있다. 소박한 비내마을과 호젓한 논밭, 그림 같은 강변을 따라 걸은 뒤 앙성온천에서 몸을 녹여보자. 열심히 달려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질 것이다.
충주 특산물 사과도 잊지 말자. 충주역 부근에 가면 도로 옆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가로수가 늘어섰다. 사과 한 입 베어 물고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달콤하고 낭만 가득한 가을 여행, 충주로 떠나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