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내수부양 조치 효과없어 통화·재정 서로 등떠밀기

      2016.10.10 17:47   수정 : 2016.10.10 17:47기사원문
'통화냐, 재정이냐.'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수단을 놓고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두 경제수장이 벌이는 케케묵은 신경전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소모적' 논쟁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부진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내수에 의존한 성장이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나 재정 모두 쏟아부은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통화정책 면에서 보면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도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풀려나간 돈이 좀처럼 돌지 않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재정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초 경기를 띄우기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3월과 10월 두 차례 미니부양책도 냈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나온 만큼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지만 정책 효과의 '약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통화와 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론적으로는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여력이 있지만 현재가 과연 수단을 사용할 시점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파이낸셜뉴스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지루하게 이어지는 재정, 통화 공방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두 수장이 정책조율 능력도 없는 것으로 비쳐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통화 정책으로 현재의 저성장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라면서 "차라리 앞으로 닥칠 인구고령화, 산업구조 개편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한은 모두 미묘한 시각차는 있지만 통화·재정 수단에 이론적인 여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금융안정 리스크를 감안한 적절한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좀 더 효과를 살리려면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역시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면서도 "있다고 막 퍼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상대가 해주기를 원하고만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거시정책을 펴는데 재무당국과 통화당국이 언제나 의견이 같을 순 없다지만 한은은 '재정이 더 해라', 기재부는 '금융 쪽에서 나서라' 하는 구도가 지금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정책조율 능력 부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은 채무만 늘리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데다 미국의 환율개입 압력,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경기가 위축돼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재정.통화정책을 병행하는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과 통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재정.통화 양쪽 다 룸(여력)은 있지만 무제한은 아니다"라면서 "지금이 반드시 (재정.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거시전문가는 "재정과 통화당국 간 핑퐁게임은 성장률 타기팅 전략에서 나온 문제"라면서 "무리한 단기정책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고, 경제주체 간 정책 혜택을 둘러싼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닥칠 인구고령화, 산업구조 개편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가 긴 안목을 가지고 손을 쓰지 않으면 진짜 어려운 문제인데 계속해서 금리하고 재정에만 목을 매서야 되겠느냐"면서 "이제는 정책의 방점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는데 서로 삿대질만 하고 있다"면서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성장 정책의 패러다임이 한은과 기재부에 있었다면 이제는 제조업 경쟁력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나 기관에서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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