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 방송포맷 베끼기 ‘심각’

      2016.10.13 08:42   수정 : 2016.10.13 08:42기사원문


중국의 일부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우리나라 방송포맷을 무차별적으로 베껴 방송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적기관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연구용역보고서 ‘방송포맷산업 현황, 전망 및 육성 방안 연구’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사무소 자료 등을 분석한 데 따르면 중국의 일부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우리나라 방송포맷을 무차별적으로 베끼고 방송하고 있어 방송포맷산업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포맷은 매회 다른 내용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에피소드의 기본 구조가 되고, 대중이 같은 프로그램임을 한 번에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특징의 총합, 즉 방송 프로그램을 완성시키는 정보와 노하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방송포맷 수출의 역사는 짧지만 미래의 전망은 상당히 밝다. 국내 방송산업에서 포맷 수출의 효시는 2000년대 초반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가 스페인에 수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10년까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가 2012년부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수출액 기준 성장률은 2012년 20%(수출총액 129만8000달러), 2013년 139%(수출총액 309만9000달러), 2014년 235%(수출총액 729만달러)로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수출 역사가 짧고 전체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2013년 기준) 수준인데다 국내 방송포맷이 스토리와 구성, 제작능력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수출 잠재력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규모가 큰 중국시장의 경우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 있고, 인기 한국 방송포맷이 잇따라 수출에 성공하였고 이 경우 인접 중화권 국가에 대한 연쇄적인 포맷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중국 내 각 방송사에 정식으로 판권계약을 맺고 방송된 프로그램은 23개로 나타났다. 지상파의 경우 KBS가 ‘1박2일’, ‘개그콘서트’ 등 4편이, MBC의 경우 ‘나는 가수다’ ‘무한도전’ 등 6편이, SBS는 ‘런닝맨’, ‘정글의 법칙’ 등 3편이 수출됐다. 종편과 케이블TV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등 2편,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등 4편, MNET ‘슈퍼스타K’가 각각 정식 판매됐다.

그러나 복병이 만만치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콘진원 북경사무소가 파악한 데 따르면 중국 내 방송사에서 한국 방송포맷을 정식 판권 계약도 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베껴 방송하여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방송포맷은 최근 3년 동안에만 최소 11편이 확인되었다. KBS의 ‘1박2일’, ‘게그콘서트’ 등 3편, MBC는 ‘무한도전’ 1편, SBS는 ‘심폐소생송’ 등 3편이 해당됐다.

JTBC의 ‘히든싱어’, ‘대단한 시집’, TVN의 ‘꽃보다 누나’,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도 중국 방송에서 표절 방송하고 있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중 ‘1박2일’, ‘무한도전’, ‘꽃보다 누나’ 등은 특정 방송국이 정식 수입한 가운데 경쟁 방송국에서 계약도 하지 않고 베끼기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주요 프로그램 기준으로 보면 최근 3년간 중국에 수출된 한국의 지상파와 케이블TV 방송 포맷이 23개인 반면 11개 포맷은 판권계약 없이 무차별적으로 방송되고 있어 주요 프로그램의 경우 셋 중 하나 꼴로 표절 의혹이 일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방송의 표절 의혹이 일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은 해당 프로를 만든 제작사들에게 맡겨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심폐소생송’에 대한 중국 장수위성TV 표절 논란의 경우 제작사인 코엔미디어가 홀로 중국 정부과 주한중국대사관에 투서와 공문을 보내고 소송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문화체육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기관은 포맷은 국내외 저작권법에서 ‘아이디어’로 분류되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거나, ‘마이크로소프트도 MS에서 직접 대응하지 미국 정부에서 관여하지 않는다’며 자칫 국제적인 분쟁에 정부기관이 휘말려드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방송포맷의 권리침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적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MS와 같은 글로벌 거대기업이 아니라 영세 제작사들에게 대응을 맡겨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체부 연구용역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방송포맷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비영리 국제기구 포맷등록 및 보호협회(FRAPA) 등록 및 접근 기회 지원, 포맷의 법적 보호에 관한 국제포럼의 개최, 콘진원 북경사무소에 포맷 불법유통 모니터링 체계 구축, 콘진원에 방송포맷 전담 전문 변호사 고용 및 법률지원 등의 정부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중국이 한국 방송포맷을 무차별적으로 베껴 방송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중국 수출은 물론 국내 방송포맷 제작의 생태계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중국정부와 추진 중인 방송분야 공동제작 협정 체결 내용에 방송포맷 표절 근절을 명확히 포함시키고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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