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익 4兆 허공에 ‘뼈깎는 쇄신’ 비상경영 돌입
2016.10.13 17:44
수정 : 2016.10.13 17:44기사원문
애플 아이폰의 아성을 한칼에 제압할 것으로 평가됐던 갤럭시노트7이 오히려 삼성전자 3.4분기 영업이익을 4조원이나 허공에 날려버렸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1조원 넘는 리콜비용에 이어 조기 단종 사태로 2조6000억원이 추가 지출되면서 삼성전자 3.4분기 영업이익은 8분기 만에 5조원대로 추락하게 됐다.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추락한 고객의 신뢰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11일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끝까지 밝혀내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최대한 빨리 정상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선 1차적 책임이 있는 무선사업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에 대한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대한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자동차 전장,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삼성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저력은 위기가 몰아칠 때 발휘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재도약의 연료로 삼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애니콜 화형식(1995년)'이다. 삼성전자는 1995년 3월 경북 구미 공장에서 15만대의 불량 애니콜을 쌓아놓고 불태웠다. 1994년 무리하게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 불량률이 12%까지 치솟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고객 중심의 품질주의'를 외치며 단호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 2009년 지펠 냉장고 폭발로 21만대를 자발적 리콜 조치한 것도 삼성 냉장고사업을 오히려 한 단계 도약시켰다. 삼성 한 관계자는 "당시 생산번호를 추적해 냉장고를 구매한 고객 한 분 한 분을 다 찾아가 사과하고 리콜 조치를 했다"며 "이후 신뢰를 회복해 냉장고사업도 크게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차기작인 갤럭시S8 출시를 앞당겨 실적을 만회하겠다는 조급함을 보이기보다는 명확한 원인 파악과 철저한 대비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성장동력 육성에 역량 쏟아야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삼성전자를 비상경영 체제로 몰아넣은 것은 무선사업부에 대한 삼성전자, 나아가 그룹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반도체와 소비자 가전 부문 등 3각 편대가 잘 갖춰져 있지만 이번을 계기로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에 더 적극 나서 더욱 탄탄한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래사업에 대한 다각화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스마트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 만든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계기로 '반도체 신화' 등에서 보여줬던 초격차 전략을 바이오부문에서도 재현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 삼성그룹의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망이다.
km@fnnews.com 김경민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