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街의 점쟁이들
2016.10.17 17:21
수정 : 2016.10.17 17:21기사원문
북한을 취재하며 알게 된 한 북한 전문가와 이야기할 때 금기시하는 게 하나 있다.
"박사님, 오는 며칠이 북한의 무슨 날인데, 이날 북한이 도발을 할까요, 어떻게 보세요?" 그는 이런 질문엔 일절 답을 안 한다. 돌아오는 건 불호령이다. "김 기자, 내가 점쟁이야? 그걸 예측하고 있게!"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쌍십절(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기자들은 물론이요 정부와 외교안보 관련분야 사람들은 '점쟁이'가 되기 바빴다.
6차 핵실험 혹은 추가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본 정부와 군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부랴부랴 '아침 날씨가 안 좋아 미사일을 쏘기 힘들다' '어차피 꺾어지는 해(5, 10, 15년…)가 아니어서 조용히 넘어갈 공산이 컸다' 등 북한이 조용한 이유를 찾는 분석이 쏟아졌다.
북한이 도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우선 '강력 규탄'한다거나 '북한은 국제제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 수준의 정부 입장이 나왔을 것이다.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한국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북한을 비판하고 즉각 회의를 소집할 것이다. 이제는 반쯤 외우고도 쓸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주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방한을 놓고 정부는 그만큼 한·미 동맹이 견고하다는 뜻이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다. 그의 방한은 직접 한국을 다녀갈 만큼 안보리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방증 아니었을까. 실제로 안보리는 지난 5차 핵실험 이후 당장이라도 초강력 대북제재를 내놓을 것 같았지만 35일이 넘도록 잠잠하다. 실패로 끝났지만 그사이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한 발 더 쏘아 올렸다. 이 정도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위안 삼기도 애매하다.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음 도발 가능일로 예상되는 시점은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즈음이다. 11월 8일을 전후로 북한이 또 한 번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됐다. '점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니 한숨이 나온다. 딱히 대안이 보이지도 않으니, 어둠 속을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정치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