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난무 3차토론···동맹 이민 낙태 총기 등 이슈 '팽팽한' 대립

      2016.10.20 16:30   수정 : 2016.10.20 16:30기사원문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미국 대선을 20일 앞두고 19일(현지시간) 열린 세번째이자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동맹, 이민, 총기규제, 국경방어 등 각각의 이슈에서 격렬히 충돌했다. '선거조작', '성추문', '러시아 대선개입'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인신공격과 비방, 막말이 난무했다. 특히 이전과 달리 침착한 태도로 토론을 시작했던 트럼프는 토론이 격렬해지면서 대선 패배시 승복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시사해 토론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폭스뉴스 앵커인 크리스 월러스가 진행한 3차 토론은 총기규제, 낙태, 연방대법관 인선 등 양당의 입장이 명확한 정책 공방이었던 탓에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총기규제 문제에 대해 클린턴은 "수정헌법 제2조(총기소지 인정)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상충되지 않는다"며 "수정헌법 제2조와 상충되지 않게 (총기소지) 제도를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사례를 들며 "아마도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곳이겠지만, 가장 폭력이 심한 곳 중 하나"라며 "수정헌법 제2조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클린턴은 "대법원은 우리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힘 있는 기업이나 부자가 아닌 미국인의 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수정헌법 제2조를 지지하는 대법원이 돼야 한다"며 "보수적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낙태 문제가 나오자 트럼프는 "나는 생명을 존중한다"며 "생명을 존중하는 법관을 임명할 계획이고, 주정부가 이런 문제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은 낙태 반대가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일종의 형벌"이라고 비판하며 "(가족계획 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를 지키고 여성의 보건 문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말대로라면 (임신) 9개월 때도 태아를 떼어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하자, 클린턴은 "겁주기 식의 어법"이라고 맞받아쳤다.

국경 문제에 관해 트럼프는 "강하게 지켜지는 국경이 필요하다"며 클린턴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사람들을 사면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강하게 지켜지는 국경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마약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강제추방이 "우리(미국)가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며, 그런 활동에 들어갈 역량을 범죄 예방 같이 다른 곳에 쓰겠다"고 응수했다.

동맹관계로 화제가 넘어가자 트럼프는 "우리(미국)는 다른 나라들에 의해 착취 당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독일, 한국 등을 거론하며 "이런 나라들을 방어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우리는 (동맹관계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클린턴은 "미국은 동맹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을 찢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성추문과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이메일 스캔들, 선거조작 주장 등의 화제로 넘어가면서 두 후보간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클린턴은 러시아 해커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민주당을 해킹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두려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트럼프는 "푸틴은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서 "클린턴은 푸틴이 모든 면에서 그녀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푸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국무부와의 유착 의혹을 불러온 '클린턴재단'에 대해 "범죄사업"이라며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때 이 재단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왜 당장 돌려주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고 공격했다.

이에 클린턴은 "우리가 한 것을 트럼프재단이 한 것과 비교할 수 있어 기쁘다"며 "트럼프재단은 돈을 걷어 6피트짜리 도널드 초상화를 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며 "힐러리는 범죄자인데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대선 후보로 나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지율 추락의 빌미가 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클린턴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어 클린턴이 사회보장신용기금 공약과 관련해 자신을 몰아부치자 "아주 끔찍한 여자"라고 퍼붓기도 했다.

클린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럼프를 향해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선후보"라고 깎아내렸고, 트럼프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근로자 표심 구애 행태에 대해선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선거 조작' 주장을 펴는 데서 나아가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토론 진행자가 "이번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주장에 클린턴은 "소름 끼친다"며 "그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항상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징징거리지 말라고 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가능성 시사에 미 언론과 민주·공화 양당은 충격에 빠졌다.

공화당의 제프 클레이크 상원의원은 "도리를 벗어난 행동"이라고 비난했고 린지 그라함 상원의원은 "공화당과 국가에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트럼프 캠프의 켈리언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한 듯 토론이 끝난 뒤 CNN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가 선거에서 이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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