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환불규정에 없다" 항공권 환불 거절 항공사..法 "전액 돌려줘라"

탑승객의 '임신'이 회사 환불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항공권 환불 요구를 거절한 항공사에 대해 법원이 전액 환불을 명령했다. 인터넷 구매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금지하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만큼 항공사의 자체 약관보다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단독(박강민 판사)은 A씨가 "구입한 지 7일이 지나지 않은 항공권을 전액 환불하지 않는다"며 중국남방항공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3월 온라인쇼핑사이트에서 중국남방항공의 항공권(인천-브리즈번)을 구매한 A씨는 이틀 뒤 배우자 B씨가 임신 6주라는 사실을 알고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남방항공이 임신은 자사 규정상 환불사유인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액 환불을 거부하자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통신판매업자로부터 항공권을 구매하는 경우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된다"며 "전자상거래법상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따라서 "약정이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규정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면 효력이 없다"며 중국남방항공의 약관을 무효로 봤다. 전자상거래법35조(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의 금지)는 청약철회와 같은 규정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규정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명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통신판매업자로부터 항공권을 구입하는 경우,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돼 항공사의 약관과 관계없이 법에 따라 대금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e-mail]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