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올 전망 뭐 빠뜨린 요인 없나"
2016.10.23 17:30
수정 : 2016.10.23 22:15기사원문
"올해 성장경로 전망에 뭐 빠뜨린 요인이 없느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얼굴)가 이례적으로 비공개 간부회의를 소집해 경제성장률 전망근거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경제연구소 등이 올 4.4분기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올해 2%대 후반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을 줄줄이 내놓자 내부적으로 자체점검에 들어간 것이다.
한은이 올해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검토에 나서면서 지난 13일 2.8%로 조정한 내년 경제성장률에 향후 변동이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23일 복수의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0일 오후 한은의 주요 간부들을 소집해 3시간여 토론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 모인 간부들에게 민간이 예상하는 저조한 성장률의 배경이 무엇인지 묻고, 한은의 기존 전망이 맞는지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마지막 '경제전망보고서'를 내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7%, 2.8%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즉각 '낙관적' '장밋빛'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2%부터 올해 1월 3.0%, 지난 4월 2.8%, 지난 7월 2.7%로 조정해 오다 이번에는 유지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7%) 성장률도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4.4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과 성장률 전망 격차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될 만큼 지속적인 문제가 돼왔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이 2.2~2.5%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현대 '빅2' 사태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경제위축을 불러오고 생산.수출.소비로 이어지는 충격까지 가세하면 4.4분기 성장률이 제자리(0%) 수준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이 시각차는 내년에 더 벌어진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8%, 3.0%로 보고 있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2.6%,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2.2% 성장률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민간과의 시각차가 큰 배경에 대해 한은도 나름의 입장을 갖고 있다. 일단 청탁금지법 실시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사태 등에 따른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가계소비 위축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이지만 그 규모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한은만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에 기반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이 또 없다는 자신감 또한 결코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우리도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보면 베이스라인(2% 후반)으로 보는 것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면서 "민간 연구소 등에서 얘기하는 2%대 초반이라든지, 전년 동기 대비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최대한 데이터에 기반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고 전망한다"면서 "새로 전개되는 상황이 앞으로의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계속 점검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