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100대 골프코스) (2)내륙의 링크스코스 일본 히로노GC

      2016.11.09 12:25   수정 : 2016.11.09 12:25기사원문
열도 전역에 대략 26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아시아의 골프 강국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골프장 뿐만 아니라 골프 용품 등 골프 산업 전반에 걸쳐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항구도시 고베 북서쪽에 위치한 히로노GC는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 명문 코스다. 영국의 C. H. 앨리슨의 디자인으로 1932년에 개장했다. 개장식 때 아사카 왕자가 기념 라운드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위상이 얼마나 컸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설계자 앨리슨은 부지를 처음 접하고 나서 ‘내륙형 링크스 코스를 꾸미기에 최적지’라며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아름다운 강과 연못, 협곡, 계곡, 개울, 그리고 산과 숲이 조화를 이룬 천혜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가 120만㎡의 부지에 앉힐 코스 설계를 단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히로노GC가 문을 연 1932년에만 해도 코스 조성은 순전히 사람 손에 의해 이뤄졌다. 100명 이상의 인부들이 직접 달구지와 소형 무개화차를 이용해 산림을 개간했다고 한다. 준공까지 1년 반이 걸린 그야말로 인간이 만든 '수공 골프코스'인 셈이다.

히로노GC는 설계자의 의도대로 '내륙에 있는 링크스 코스' 그 자체다. 호수와 연못, 협곡과 계곡, 그리고 개울과 산을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오르홀'로 불리는 5번홀(파3)은 진짜 링크스코스에 와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마치 노르웨이의 해안지형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인다. 개장 초기만 해도 61493㎞(6725야드)였던 히로노는 세 차례의 리모델링을 거친 뒤 현재는 전장이 65553㎞(7169야드)로 늘었다.

인코스 9개 홀은 울창한 숲과 풍부한 수자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홀마다 제각각 다른 정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다른 전략성을 요구한다. 특히 마지막 4개 홀은 난도가 높은 홀들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경기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마지막 4개홀에서 방심하면 앞선 14개홀에서 근근이 지켜온 공든 탑(스코어)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히로노의 역사는 일본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일본의 미국 진주만 습격으로 발발한 태평양전쟁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1944년에 이 골프장은 일본의 대부분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잠정 폐쇄됐다. 군부가 코스를 비행기 활주로로 사용해서다. 종전 후 재건 작업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 현재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렇다고 전쟁에 부역한 히로노의 치욕스런 역사마저 영원히 씻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골프장은 정회원 308명, 주중회원 207명, 법인회원 400명의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실제 라운드를 하는 회원은 고작 30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린피는 주중 2만5000엔, 주말 3만엔이다. 여기다가 캐디피 4000엔, 이용세 4200엔을 더하면 18홀 라운드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정통 프라이빗코스여서 비회원 입장은 제한적이다. 이래저래 비회원이 라운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주중 입장만 허용하고 있다. 이러니 연간 내장객이 1만80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 곳에서의 라운드를 큰 영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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