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병언 회사 '다판다' 주식 명의자, 증여세 내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명주식을 갖고 있던 최측근 김필배 전 다판다 대표가 거액의 증여세를 물게되자 자신이 주식의 실소유주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김씨가 서울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 청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실소유로 알려진 식품판매업체 '다판다'의 대표로 지내면서 2000년 회사 발행주식 5200주와 2002년 고모씨에게서 넘겨받은 주식 5200주 등 1만400주를 자신 명의로 전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무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지배회사를 세무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김씨 앞으로 된 주식이 유 전 회장의 차명주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동세무서는 명의신탁된 재산의 경우 명의자가 실소유주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는 관련 법령에 따라 김씨에게 증여세와 가산세 등을 합해 6억4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김씨는 "정상적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2014년 인천지검에서 조사받으며 해당 주식의 실소유주가 유 전 회장이라고 진술한 대목을 지적,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김씨는 "주식의 실소유주는 유 전 회장으로, 나는 해당 주식에 대한 실질적 권한 행사를 해 본 사실이 없고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도 모두 인출해 유 전 회장에게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또 "유 전 회장이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라고 하면 언제든 응할 의사가 있었고 실제 2014년 1월 유 전 회장 지시로 주식을 금수원(구원파 총본산)에 증여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검찰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고 실제 원고의 계좌에 입금된 배당금이 모두 현금으로 인출됐다"며 "명의 수탁자로 의심되는 다른 주주 배당금도 동일한 방식으로 현금 인출된 점을 보면 원고는 해당 주식의 실소유주가 아닌 명의 수탁자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e-mail]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