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 '무제', 스밈과 번짐… 절제된 색의 울림
2016.11.17 17:42
수정 : 2016.11.17 17:54기사원문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사조인 '단색화'는 국제무대에서 조명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단색화의 대가로 손꼽히는 윤형근(1928~2007)의 작품 역시 국내외 전시가 활발하게 기획되며 주목받고 있다.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투박한 천 위에 물감을 묻힌 귀얄붓을 여러 차례 그어내린 그의 화면은 담백하고 담담하다. 색면 위에 색면이 쌓이고, 스미고 번진 화면은 깊이와 평온을 더한다. 그의 작품 경향은 1970년을 기점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1970년 이전의 작업을 청년 시절 고유의 회화양식을 찾고자 몰두했던 모색의 시기로 본다면, 1970년 이후의 작업들은 회화양식의 기틀이 정립돼 독자적 회화성을 갖는다.
모색의 시기를 보내고 비로소 시작된 윤형근의 회화는 자연의 색감을 품은 화폭 안에서 대담함과 단정함이 함축된 숭고미를 보여준다. 특히 1970년대 초·중반에 제작된 작품들은 이후 제작된 작품들보다 색면의 폭이 좁고 기둥의 형태로 획을 나눠 구성돼 색채의 다양한 어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윤형근의 작품은 단색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전부터 그의 작품성을 인지한 이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수한 오브제'라는 개념을 만든 미국의 미니멀 아티스트 도널드 저드가 1990년 초 자신의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동갑내기 미술가인 윤형근의 작품을 접하고 매료돼 "구조적이고 담백하다"고 평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자신의 재단에서 전시 개최를 제안해 1993년과 1994년 개인전을 열게 됐고, 미국 미술계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내년 1월 뉴욕 최대 화랑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가 윤형근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 세계 미술의 중심지에서 선보일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