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우려' 기우였다...전국 95만명이 모여 평화시위(종합)
2016.11.19 22:19
수정 : 2016.11.19 22:19기사원문
지난 19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가 보수단체 맞불집회 등에 따른 충돌 우려와 달리 연행자 등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돼 성숙한 시위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에서만 주최측 추산 60만명 이상이 참가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평화시위' '비폭력' 등을 외치며 경찰과 충돌을 자제하는 등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서울 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35만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으나 물리적 충돌 등은 없었다.
■맞불 보수단체, 행진 단축으로 충돌 피해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 60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95만명의 인파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은 서울 18만명, 지역 6만명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참여연대 등 7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비상시국회의 주최 '박근혜 퇴진 3차 시국대회'가 열렸으며 시민 1만5000여명(경찰추산 50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이번 집회에서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았다. 이날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엄마부대 등 70여개 보수단체가 오후 2시 서울 한강대로 서울역 광장에서 맞불집회를 연 후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단체가 계획을 변경해 남대문까지로 행진구간을 줄여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지난 12일 100만명이 모인 집회에서 일부 충돌이 발생한 서울 자하문로 내자로터리에서도 이번에는 경찰과 시민들의 비폭력 평화시위에 대한 공감대로 충돌은 없었다. 지난주 집회보다 더 많은 참가자들이 내자로터리로 몰려갔으나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집회' '싸우지마' '침착해' 등을 외치며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집회 참석자들은 차벽에 꽃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며 평화의 의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이모군(18)은 "학생들이 거리에 나올 정도로 나라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답은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 학생들과 노년층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2주 연속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김모 할머니(82)는 "노인 다수가 박 대통령을 찍은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2주째 나오고 있다"며 "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학 가려 죽어라 공부하는데.."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은 이날 최순실씨의 딸 장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특혜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청소년 단체가 보신각 앞에서 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는 경찰추산 700여명이, 또 다른 청소년 단체가 영풍문고 앞에서 개최한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는 400여명이 각각 참석했다.
이날 시민자유발언에 나선 고3 배모군19)은 "공부도 안 하고 이런데 나오느냐고 할까봐 수능 마치고 나왔다"며 "박 대통령은 이번 일로 국민대통합을 이뤄냈다. 언제까지 입을 닫고 눈을 닫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고3 하모양(19)은 "촛불 자원봉사도 하려고 아침 10시 30분부터 나왔다"고 전했다.
이모 학생(19)은 "정유라, 장시호가 편법으로 이대, 연대를 갔다는 소식을 듣고 수험생으로서 화가 났다"며 "우리는 대학 가려고 죽어라 공부하는데 누구는 그렇게 대학을 쉽게 가니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한편 촛불집회는 26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