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폭언에 욕설 맞대응한 집배원 징계위기

      2016.11.20 17:21   수정 : 2016.11.20 17:21기사원문
우체국이 민원인의 막말과 욕설을 참다 못해 맞대응한 집배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체국측은 해당 집배원도 민원인에게 막말을 했다며 징계위에 회부했지만 집배원은 민원인의 선처 호소에도 징계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20일 전국집배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집배원 김성원씨(가명)는 지난달 6일 이정수씨(가명)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1년 전 받았어야 할 등기를 수령하지 못해 300만원을 일시불로 갚아야 할 상황이라며 김씨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김씨는 당황해 하면서도 이씨에게 욕설은 자제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폭언 공세가 이어지자 순간 화를 참지 못한채 맞대응하면서 막말을 했다.
이에 이씨가 전화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거듭 제기, 김씨는 징계 위기에 놓여 있다.

■"민원 이후 잠도 못자"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민원이 제기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위탁기관인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하루 업무량이 워낙 많아 전화통화도 수십통을 한다. 남자 목소리는 비슷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아 한동안 이씨 목소리와 비슷한 음성이 들리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며 "상담을 더 받고 싶어도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저녁 8시 퇴근하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고 하루를 쉬면 다음날 해당 물량을 몰아서 소화해야 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민원인 이씨에게 사과한 뒤 징계상황에 대해 선처를 구하자 사실확인서를 써주고 징계위에서 증인으로 출석도 하겠다는데 징계 절차를 강행 중"이라며 "우체국이 막말을 들은 직원을 감싸기는커녕 징계만 하려 하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는 "신규 설립된 집배노조 노조원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같은 민원으로 징계를 받을까봐 자비로 민원을 해결하는 집배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너무 심한 욕에 징계" vs "감정노동 배려 안해"

우체국은 김씨가 맞대응 과정에서 이씨에게 한 막말과 욕설이 지나쳤기 때문에 징계위 회부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우체국 관계자는 "집배원들 업무가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징계하지 않지만 이번 경우 공무원으로서 지나친 것"이라며 "김씨가 집배노조 소속이어서 징계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집배노조 측은 집배원들이 하루 2500세대에 배달하면서 수많은 전화와 민원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인만큼 우체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감정노동은 고객 응대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노동을 말한다.
노조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민원 대응 매뉴얼조차 없으면서 민원 응대에서 민원인 권리만 절대적으로 우선시한다"며 "몇몇 콜센터는 감정노동을 인정받고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야 하는데도 김씨를 징계하려는 것은 집배업무의 복합성과 감정노동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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