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 벤처 투자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하라"
2016.11.20 18:00
수정 : 2016.11.20 22:35기사원문
마리몬드라는 기업이 창업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온 것은 마리몬드가 전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는 묵묵한 임팩트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투자된 자금은 마리몬드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지원군이 됐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내는 소셜벤처의 육성을 도모하는 임팩트투자 시장이 국내에도 본격 열리고 있다. 내부 경쟁력을 갖췄지만 외부 투자가 단절돼 무릎을 꿇는 소셜벤처들에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임팩트투자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갈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제한적인 투자주체와 마땅한 투자대상 기업 확보의 어려움, 장기적 관점의 투자자본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임팩트투자, 새로운 신화에 도전
현재 국내 임팩트투자 시장은 4∼5년 전부터 시작돼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현재 대표적인 투자주체로는 정부, 기관(자선부문 포함), 사회적경제 부문 투자자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정부재원을 통한 지원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다.
정부재원을 통해 집행된 임팩트투자 가운데 지난 2013년 한국사회투자가 공유경제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40억원을 대출 형태로 투자한 것이 가장 큰 규모다. 한국사회투자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위탁운용기관이다. 이 초기 투자로 인해 쏘카는 차량 278대를 신규 구입.교체할 수 있었다. 이후 지속적인 후속 투자를 유치해 현재 쏘카는 기업 가치가 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올해 사회투자를 실현하기 위해 민간과의 협력으로 총 1000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대규모의 임팩트투자 자본이 형성된 지방자치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도 임팩트투자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SK, 현대차가 초반부터 대기업 가운데 임팩트투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대기업의 일회성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성을 보장한 임팩트투자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팩트투자의 원조를 이루는 민간영역의 가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민간 임팩트투자 주체들은 기부재단과 소셜벤처캐피털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기부재단의 경우 기존 기부금을 받아 사회적기업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넘어 실질적 투자성과도 내자는 차원에서 가세하고 있다.
소셜벤처캐피털은 국내에서 12∼13개가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벤처캐피털은 사회적가치 투자에 소명의식을 갖고 도전하는 부류와 일반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임팩트 투자로 영역을 확장 혹은 전환하는 사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일반 벤처업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 영역에서 새로운 투자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우주'를 운영하는 김정현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많이 낼 수 없다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기업가 정신에 입각해 접근해야 한다"면서 "일반 벤처기업도 10개를 투자해 1∼2개에서 성과를 내고 나머지는 실패하는 게 다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성공률도 그런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기관.성장가능 기업' 발굴 확대가 과제
그러나 국내 임팩트투자시장이 도입기를 넘어 성장세로 가기 위해 앞으로 5년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당장 투자영역과 대상의 한계가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해외의 경우 주거, 소액금융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장애인 고용, 주거, 일반 저소득층 고용, 사회적기업 지원, 자원 재활용 등 투자분야가 소규모로 분산돼 투자성과를 내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임팩트투자 프로젝트 가운데 절반가량이 시장 기준금리인 3%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금을 대는 임팩트투자자와 투자를 받아 기업성과를 올리는 소셜벤처 양쪽의 영역 확대가 동시에 맞물려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기업 컨설팅기업인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국내 투자대상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 "해외 임팩트투자자들의 경우 자금의 30%만 사회적기업에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사회적 가치 성향을 갖는 어떤 유형의 기업에도 투자를 하는 성향을 보인다"면서 "투자 대상에 대한 경직된 제도와 관점을 바꿔야 투자자들이 가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셜벤처의 초기와 성장 단계별 맞춤형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임팩트투자가 확산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박지영 장민권 김가희 기자
*투자수익 창출과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 달성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는 투자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임팩트)도 달성하는 것을 뜻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등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진 비즈니스 조직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사회.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책임투자(SRI)보다 넓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임팩트 투자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부족한 재정문제를 해소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막대한 자본을 가진 재단들이 기부를 넘어 임팩트 투자의 초기 투자자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등에서는 '사회성과연계채권'을 통해 정부 재정문제를 해소하면서 사회적인 효과도 낼 수 있는 혁신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 예로 2010년 영국 피터버러에서는 교도소 출소자의 재범률을 낮추는 사업을 위해 사회성과연계채권이 발행된 바 있다. 2012년엔 미국 뉴욕시에서 청소년 재범률을 낮추는 사업에 골드만삭스가 96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