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kg 모아야 만원”.. 폐지 줍는 노인 ‘한숨’
2016.11.21 17:12
수정 : 2016.11.21 17:46기사원문
최근 폐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겨울철 175만 '폐지 노인' 생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폐지에 비해 가격이 좀 더 나가는 고철, 캔 등도 절반 이하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들의 겨울나기는 예년에 비해 더욱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폐지 200kg 모아야 만원"..생계유지도 어려워
21일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 가능 자원 가격조사'에 따르면 폐지, 폐금속 등 재활용 자원 대부분 가격이 수년째 급락하고 있다. 올 10월 신문지, 골판지 등 폐지 가격은 1kg에 각각 100원, 80원이다.
5년 전 210원, 193원에 비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셈이다. 더구나 '폐지노인'이 고물상에서 받는 가격은 이보다 10~20% 가량 더 적다. 결국 노인들이 폐지 200kg를 모아야 1만원짜리 한 장 쥘 수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이나 고철 가격도 덩달아 하락세다. 알루미늄 캔 가격은 1kg 기준 2011년 10월 1405원에서 올 10월 1009원으로 30%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389원이었던 고철 값은 136원으로, 철캔은 323원에서 120원으로 폭락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조사를 자원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실제 고물상에서 받는 가격은 집계 수치보다 더 적다"며 "최근 수년간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재활용 자원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175만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폐지 노인'들은 올 들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경기 부천시에서 폐지노인 469명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소득은 폐지 수거 수입을 포함해 30만원 이하인 경우가 10명 중 8명에 달했다.
5년째 서울 동작구에서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수집하는 이모 할아버지(72)는 "리어카에 가득 채우면 120kg인데 하루에 잘 하면 200kg정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15000원 받는다. 일이 고되 소주 한잔에 밥 먹고 담배 사면 다 쓴다"며 "옛날에 파지가 160원씩 했을 때는 그래도 3만원씩은 벌어 저축도 했는데 요즘은 어렵다"고 전했다.
7년째 '폐지 노인'으로 생계를 꾸리는 윤모 할머니(75)는 "돈이 좀 되는 철근, 고철은 거의 안 나와. 신문지도 사람들이 안 봐서 거의 없다"며 "남자들은 리어카라도 끌고 다니지 할머니들은 카트를 하루 종일 끌어도 한달 10만원 벌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가격이 올라도, 줄어도 받는 돈이 적으니 잘 몰랐는데 올해처럼 천 원 벌기도 어려운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폐지 유통 단계 개선이 그나마 현실적"
그러나 지원책 마련은 요원하다. '폐지노인' 실태 조사도 되지 않은데다 생계비 지원 등은 기존 노인 지원 사업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폐지 노인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을 추진했으나 기초노령연금과 중복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거부해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노인에 대한 지원을 하기 때문에 폐지 노인만을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야간 보호장구, 운반도구 페인트 칠 등 안전 관련 물품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복지당국은 폐지 노인 모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 재정적,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며 "현재 폐지 유통 단계가 복잡해 가격을 깎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해결해 폐지 노인들 이익을 보전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