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투자방식 확대해 복지와 일자리 창출 확산
2016.11.22 17:14
수정 : 2016.11.22 22:13기사원문
서울대 경영학과 모 교수는 지인에게 최근 신입생들의 달라진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본인이 맡는 과목을 수강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 서울대에 입학한 이유와 앞으로 졸업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10명 가운데 8명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겠다는 답을 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와 공유경제 등 파괴적 산업 유형이 국내외 산업지형을 뒤바꾸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지난 2007년 국내에 첫 도입된 사회적기업이 오는 2017년 10주년을 맞는다.
재정의 한계로 정부가 해결할 수 없으면서 민간시장에서도 외면받는 복지사각지대에서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10여년의 기간 동안 국내 사회적기업은 인증 기준으로 1600개를 돌파하고 생존율도 80%를 넘어서는 등 양적·질적인 면에서 안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과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영향투자(임팩트투자)' 기관들도 투자가치가 있는 소셜벤처 발굴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가운데 성공모델이 다수 등장해야 투자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도 혁신으로 양질의 성장세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 창출 등 영업 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다. 양적으로 늘어난 것을 비롯해 깐깐한 심사와 지원제도 발전에 힘입어 지속 성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사회적기업 인증 현황은 총 1798개 기업이 인증된 가운데 현재 1606개가 활동 중이다.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가운데 폐업을 하거나 영리기업으로 전환한 사례가 192개에 그친 셈이다. 아울러 누적 기준으로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진흥원에 인증을 신청한 곳은 3181개였으나 이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은 1798개였다. 신청기업 가운데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56.5%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는 과정이 깐깐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적기업이 경제적 성과는 미진하지만 지속가능경영 면에서는 탁월한 기록을 달성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반 기업이 폐업을 면하고 살아남는 생존율은 5년간 40% 미만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인증을 받은 이후 5년간 85%의 생존율을 기록 중이다.
오광성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이나 지역특산물의 부가가치 창출, 인구감소 지역의 도시재생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경제계에서 해결하기에는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국가가 복지재정을 투입해 해결하기보다 사회적기업이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자체 경영혁신과 판로 확대에 힘입어 경영성과도 두드러지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국내 사회적기업의 매출액은 지난 2015년 말 기준 약 1조9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 늘었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도 약 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다. 매출액과 평균 매출액 모두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강경흠 성과평가팀장은 "아직까지 돈벌이는 잘 못하는 상황이지만 창업자들이 사회적 기여를 하겠다는 악착같은 신념으로 경영을 일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기여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인증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근로자는 3만6858명이며, 이 중 취약계층 근로자는 2만2647명에 달해 61.4%를 차지한다. 사회적기업 평균 22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100인 이상을 고용한 사회적기업도 46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 개선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제도 개선과 깐깐한 검증 절차 및 효과적인 지원 제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사회적기업 제도 도입 초기에 정부 지원금에 대한 부정수급 논란이 불거졌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돼 지원제도를 폐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논란이 고조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깐깐한 제도개선으로 자정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오 원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거나 재정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인증 취소 및 지원금 환수, 형사고발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행해진다"면서 "올해부터는 부정수급 금액과 무관하게 재정지원약정을 해지하고 형사고발 기준액을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추는 등 부정수급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했으며 사회적기업 인증심사 과정에서 부적격기업을 선별하는 절차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기업혁신 강화 및 지원 생태계 개선 시급
도입된 지 10년을 앞두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복지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적기업의 혁신이 요구된다.
우선 복지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재정지원 등 일자리 사업에 수조원대의 국고를 쏟아붓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행정편의주의 발상 탓에 단편적인 일자리를 만들었다가 이내 사라지고 일자리 수급자들의 만족도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사회적기업이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고용비중이 10%대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기여율은 0.09%에 그친다.
이에 전문가들은 복지차원의 자금 쏟아붓기식 재정 지원을 사회적기업 지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때가 왔다고 지적한다.
강 팀장은 "일반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정부의 재정지원금에 비해 사회적기업에 소요되는 지원금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사회적기업에 고용된 수혜자들 가운데 92%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복지혜택을 위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금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의 내부 경쟁력 제고도 요구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방식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간접 지원방식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 원장은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간접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최근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소셜벤처경영대회를 열어 창업팀을 구성해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했다.
한편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금융의 제도 정착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사회적기업의 재무적 구조가 열악한 탓에 금융권의 대출이자가 일반 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강 팀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탓에 사회적기업이 출발선에서부터 이미 자금수혈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금융권 대출이자까지 높아 일반기업과 비교할 때 양극화 문제로 나타나게 된다"면서 "임팩트 투자를 비롯한 사회적 금융시스템이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박지영 장민권 김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