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

      2016.11.23 17:17   수정 : 2016.11.23 17:17기사원문
2년 전 이맘때 싱글세가 뜨거운 논란이 됐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의 말이 씨가 됐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강조한 농담이라며 진화했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내야 하나"라며 누리꾼들은 비난과 야유를 쏟아냈다. 당시 논란이 뜨거웠던 건 '증세는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공약(空約)이 됐기 때문이다.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위털' 발언부터 시작해 정부가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을 잇따라 추진한 탓이다.

싱글세는 독신가구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멀리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로 넘어와서는 주로 악명 높은 독재자들과 관련이 있다. 인구(국력)를 늘려 전쟁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경우가 그렇다. 차우셰스쿠는 콘돔 판매와 낙태를 금지하고, 중학생까지 출산을 권장했다.

1인가구가 두 자녀를 가진 외벌이 혼인가구보다 연간 약 79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싱글세가 부과되고 있다는 얘기다. 자녀가 태어날 때마다 인적공제액이 증가하고, 기본공제 대상자가 늘어 각종 관련 공제한도가 증가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논문은 명목소득에 대해 세금이 다르다는 인식은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말정산뿐 아니라 월급에서도 이미 1인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월 소득이 300만원인 4인 가구는 월 1만8810원의 세금을 내지만 1인가구는 8만8510원을 낸다고 한다. 결국 매월 7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사실 저출산과 1인가구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다.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양육환경 등 여건이 받쳐주질 않는다.
오히려 'N포세대'로 상징되는 20~30대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 절망과 연결돼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말정산의 시기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싱글족들은 13월의 세금폭탄을 면키 어려울 듯하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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