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170㎞ 도전은 ‘과유불급’?

      2016.11.29 17:12   수정 : 2016.11.29 17:12기사원문

1989년 10월 18일 대학야구 추계리그 결승전. '방패' 한양대와 '창' 인하대가 맞붙었다. 한양대는 정민태(한화 코치), 구대성(호주 프로팀 투수 겸 코치) 투톱을 보유했다. 당대 아마 최강 투수들이었다. 인하대는 4번 타자 김기태(KIA 감독)를 앞세운 두터운 화력을 자랑했다.

한양대 김보연 감독은 정민태를 선발로 내세웠다.
1회 김기태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초반 0-4로 일찌감치 승부가 마감되는 듯 보였다. 결국 구대성의 구원 호투에 힘입은 한양대가 9-5로 역전승했다.

선발 정민태, 구원 구대성은 그해 한양대의 '리셀 웨폰(Lethal Weapon.치명적 무기)'이었다. 1986년부터 3년 내리 무관에 그친 한양대는 1989년 3관왕에 올랐다. 한양대의 '리셀 웨폰'은 선발 구대성, 구원 정민태 체제로도 제대로 작동했을까? 아니, 영 신통치 않았다. 김보연 당시 감독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정)민태는 (구)대성의 1년 선배다. 둘 다 아주 뛰어났다. 다만 민태의 의욕이 좀 과했다. 대성이보다 뒤(구원)에 나오면 더 잘 던지려고, 더 빠른 공을 던지려고 하다가 그르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 반대는 문제가 적었다."

구원 투수는 앞에 나온 투수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려 한다. 그래야 통할 것 같아서다. 야구는 기록 경기가 아니다. 150㎞ 투수가 140㎞ 투수에게 반드시 이기진 않는다. 130m를 날아간 홈런이나 100m 비거리의 홈런이나 홈런이긴 마찬가지다.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 파이터스.사진)가 28일 99% 만장일치로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오타니는 이른바 '이도류(二刀流)' 선수로 유명하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고 있어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칼이 두 개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 10승4패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타자로는 22홈런과 67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3할2푼2리. 투타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요즘 야구에서 보기 드문 쌍칼잡이다.

오타니는 최고 시속 165㎞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일본 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볼을 던진다. 그런데도 최근 인터뷰서 "170㎞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최고의 빠른 공 투수가 되고 싶어 한다.

세계최고 기록은 2011년 아롤디스 채프먼(당시 신시내티 레즈)이 던진 107마일(172㎞). 오타니는 "채프먼의 기록은 넘보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 구속도 더 빨라질 것이다"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시속 170㎞의 속구를 던지면 세계 최고 투수가 될 수 있을까? 기자의 대답은 '아니다(Never)'다. 다시 말하지만 야구는 기록 경기가 아니다. 170㎞를 던진다고 '최고'가 되진 못한다. 170㎞는 결코 최고 투수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직구 스피드는 구대성보다 정민태가 더 빨랐다. 대신 구대성은 정민태보다 더 능글능글했다. 타자를 갖고 놀 줄 알았다.
투수의 능력은 스피드로만 가름되지 않는다. 무리하게 스피드를 늘리면 부상의 위험도 따른다.
'170㎞ 도전'은 오타니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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