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사모펀드 조만간 생겨 제2의 테슬라·삼성 키울거다"

      2016.11.29 17:22   수정 : 2016.11.29 17:22기사원문
"사회적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단, 스스로 사회적기업을 왜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답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끝내고 싶은 사회문제를 정하고 그 문제를 곧 내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에서 사회적기업은 출발합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사회영향투자(임팩트 투자)의 현황과 성과, 향후 과제를 듣기 위해 마련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임팩트 투자 전문인 김재현 크레비스 파트너스 대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한상엽 소풍 대표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김정현 우주 대표가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건네는 조언이다. 30대 청년 창업가라는 교집합을 가진 이들 4명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의 태동에 산파 역할을 해온 임팩트 투자 1세대다.

"과거와 달리 만나는 벤처업체 관계자들마다 모두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한다"는 그들의 말처럼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회적 투자에 주목하는 시선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임팩트 사모펀드를 만들어 쌍용차를 인수해 테슬라처럼 바꾸는 기회를 얻고 싶다" "임팩트 투자로 삼성과 같은 기업도 만들 수 있다"고 예상할 만큼 이들의 발언은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거침없었다. 그 속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임팩트 투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따뜻한 시선도 동시에 녹아 있었다.
지난 21일 소규모 벤처들을 위해 운영하는 개방형 카페공간인 서울 성수동의 '카우앤독'에서 임팩트 투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들의 유쾌하고 상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조창원 특별취재팀장

―임팩트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나.

▲한상엽=아직 개인투자를 시작한 건 2년밖에 안됐다. 회사는 2008년부터 투자를 했으니 본격 투자만 4~5년 정도 됐다. 개별 사안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투자를 통해 보다 많은 팀들에 기회를 주면 더욱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조직적 관점에서 당시 창업주들이 기업환경이 지나치게 이익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업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단순하게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는 등의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들어오면서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도현명=임팩트 투자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건 '비구조적 변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텀업(타깃 시장에서 큰 시장으로 가는 방식)으로 소비가 바뀌면서 생산이 바뀌고 그러면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기업이 우수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기업이 크는 과정에서 굉장히 필요한 자원 중 하나가 돈이다. 그 돈이 일반 금융에서 하는 방식과 사고만으론 한계가 분명했다. 그걸 넘어서 새로운 가치와 변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필요했던 거다. 임팩트 투자가 개념적으로 정확히 잡히진 않았지만 이런 기업이라면 수익성이 낮고 위험성이 높더라도 투자자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이 최근 들어서야 자리잡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속도는 어떻게 보는가.

▲김재현=우리가 늦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막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나 법률적 지원 등의 측면에서도 사회적 목적으로 투자하는 속도는 아시아에서 우리만 한 곳이 없다.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해외 컨퍼런스에서도 우리나라의 임팩트 투자 기업관계자들을 초대한다. 임팩트 투자 선진국인 미국, 유럽 관계자들도 우리 경험을 귀기울여 듣고 배워가는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하더라.

▲한상엽=100% 동의한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가 필요하니 투자하는 거다. 사회문제 양상이 국가별로 너무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임팩트 투자는 전부 아프리카, 동남아 등 빈곤 문제에 집중한다. 늦거나 혹은 빠르다고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지만 투자 스펙트럼은 아직 다양하진 않은 것 같다. 아직 '자본의 다양성' 측면에서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임팩트 투자에 나설 만한 기업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김정현=아주 많다고 보긴 어렵지만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만 움직이면 괜찮은 생각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팀들이 꽤 있다. 혹자는 단군 이래 지금이 제일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하지않나. 지난해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나섰다. 투자할 만한 기업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때 꼭 하나씩 나타난다. 잘 관찰하면 투자하기 좋은 팀들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한상엽=데모데이(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 사업모델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 할 때마다 벤처캐피털(VC)나 사모펀드(PE)들이 투자할 기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소셜벤처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창업 생태계에 걸친 현상이다. 일반 투자와 임팩트 투자가 다르다는 프레임을 설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임팩트 투자에 적합한 사회적기업의 풀이 많지 않아 보인다. 투자에 가장 적합한 기업은 어떻게 찾나.

▲도현명=벤처투자자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투자는 단순히 돈뿐만 아니라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에 공감해 커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하는 파트너십이다. 투자 측면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김재현='투자-밸류업(기업가치 향상)-회수.' 이게 핵심이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것이 임팩트 투자다. 최근 모든 펀드가 점차 행동주의로 바뀌는 추세다.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이 지닌 공통적인 특성을 꼽는다면.

▲한상엽=투자할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확장성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져야만 더 많은 수혜자도 나오고 임팩트가 커진다. 혁신이 나오려면 규모가 나와야 한다. 결국 사람들이 소셜벤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딜라이트, 쏘카처럼 규모가 나오는 성공 모델이 보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요새 벤처 모임이나 데모데이에 가면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안 그랬다. 기업의 목적과도 연관이 되는데 결국은 회복하는 과정인 것 같다. 기업이란 것을 이익만을 좇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 커뮤니티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창업의 출발선상에 있어 일반 기업보다 유리하다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김재현=불공정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익을 추구하는 벤처펀드의 50% 이상이 정부의 지원금이고, 사모펀드도 국민연금에서 50%가 나온다. 삼성과 현대가 성장할 때도 정부가 대부분의 역할을 했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구조다. 이제는 기업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이익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도현명=기업이란 존재를 단순히 돈버는 기계로 인식하는 단편적인 생각이 있다. 이미 유럽, 미국 등에서 이러한 생각에 대해 반성이 시작되면서 기업의 기계적인 가치는 폐기되고 있다. 자본이나 기업 등에서 이런 철학에 대한 내용들에 굉장히 둔감한 것 같다.

―임팩트 투자 대상이 사실상 사회적기업에 집중돼 있는 형태다. 사회적기업이 첫 도입된 2007년 이후 10년을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도현명=사회적기업 인증에 속한 기업이 사실 재원은 더 많았다. 모태펀드나 서울시에서 만든 기금도 모두 인증이나 예비인증 기업들에 우선권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를 보면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들이 오히려 투자를 더 많이 받았다. 인증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관점에서의 정의와 그 안에서 스펙트럼의 확산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 이상의 확산도 고려돼야 한다.

▲김재현=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 펀드를 운영하는 벤처캐피털들도 실제로는 주식으로 전환을 안한다. 지분투자 방식으로 갈 경우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 통계에 잡힌 상당 부분은 다 융자다. 벤처와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비율만 자본으로 잡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사업을 안해봤던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뛰어들며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사회적기업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갖춰야 할 조건이 있을까

▲김정현=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가치를 충족하긴 어렵다. 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때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어떤 관점에서는 투자자가 보기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거다. 최대한 규모를 갖추면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목표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재현=기술이든 소비든 혁신적 솔루션을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은 규모의 경제밖에 답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5년 뒤 임팩트 투자의 미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김정현=사회적기업 창업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여전히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주위에서 굉장히 많은 설명과 이해를 요구한다. 사실 가족조차도 사회적기업 창업의 의미를 알아주거나 가치있게 생각해주지 않는 경우들도 많다.

▲한상엽=5년이면 강산이 바뀌는데(웃음). 5년 후엔 기업과 사회적기업, 투자와 임팩트 투자가 구분되지 않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모든 기업은 사회적 가치가 있다.

▲도현명=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들이 아시아로 확장했으면 한다. 유럽의 사회적기업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실험과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과 북미의 사회적기업은 중남미로 확장하며 상당한 혁신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시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새로운 소셜벤처들의 성장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김재현=5년 후에는 임팩트 사모펀드(Impact Private Equity)가 생기지 않을까. 개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뭉쳐서라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쌍용차를 인수해서 테슬라 같은 비즈니스로 턴어라운드 시키거나 삼성 같은 회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예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성공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한상엽=소셜벤처라고해서 일반 창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요소나 거쳐야 하는 단계는 큰 차이가 없다. 목적만 다를 뿐이다. 오히려 공통점이 많다. 우리가 투자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사회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든 일이다. 시작점은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것들,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 것들이 돼야 한다. 사회 문제를 자기 문제로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과정에서 버티고 좋은 팀을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도현명=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워낙 어려운 영역이다 보니 자신의 '의지'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들이 꽤 있지만 결국 버텨야 하는 건 기업가 스스로다.

▲김정현='잘 버틴다'는 말에 공감한다.
무한한 인내심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버티고 또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창업하신 많은 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런 부분에 많이들 공감을 표하더라.

▲김재현=정확하게 끝내고 싶은 사회적 문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팀을 꾸리고 자원을 조달하는 어려움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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