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페닌슐라GC, 바다와 모래언덕 위에 펼쳐진 한폭의 동양화
2016.12.07 17:29
수정 : 2016.12.07 17:29기사원문
바람으로 운반된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언덕을 '사구'라 한다. 그 사구가 랜드마크가 된 골프장이 있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이라는 얘기다. 파이낸셜뉴스와 월간 골프트래블이 선정한 '아시아 100대 골프코스' 4위에 오른 중국 하이난섬 선저우 페닌슐라GC다. 이 골프장에 들어서면 자생 관목이 듬성듬성한 사이로 수줍은 여인처럼 속살을 드러낸 해안사구, 즉 모래언덕이 먼저 반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모래언덕이 정지해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모래가 바람에 의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곳에 '거장' 톰 와이즈코프(미국)가 코스를 앉혔다. 이 골프장은 금융.부동산업 국영 기업으로 중국 랭킹 5위인 중신그룹 소유다. 그런데 그 탄생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천아오예 회장의 '중국 골프장 중에서 세계 100대 코스가 있는가'라는 궁금증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중국 내에는 세계 100대 코스가 없는 반면 일본에는 3개, 한국에도 1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천 회장은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이 넓은 중국에 세계 100대 코스를 만들 땅이 없느냐"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많은 직원들이 급하게 수소문한 끝에 선저우 반도라는 땅을 찾아냈다. 환상적인 해안 경치에다 섬처럼 떨어져 있어 골프 리조트로 만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최적지를 찾게 된 천 회장은 "자금에 신경 쓰지 말고 세계 최고의 골프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코스 디자이너인 와이즈코프를 불러들여 골프장 공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1년 골프장은 드디어 완공됐다. 그리고 천 회장은 세계 100대 코스 패널들을 선저우 반도로 초청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패널들은 하나같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자연친화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36홀 링크스코스를 만들기에는 모래가 턱없이 부족했는데 돌을 갈아서 모래를 만든 것이 화근이었다. 심사위원들이 첫째로 꼽는 조건이 친자연적인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천 회장은 진노했다. 그리고 다른 곳에다 새로운 골프장을 다시 만들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선저우 반도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샨킨베이라는 골프장이 만들어졌다. 천 회장은 다시 세계 100대 코스 패널들을 불러 심사를 받았다. 패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샨킨베이 골프코스는 그렇게 해서 중국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골프장은 이번 '아시아 100대 골프코스'에서도 1위에 선정된 곳이다.
샨킨베이GC와 선저우 페닌슐라GC는 그렇게 해서 세상에 선을 보였다. 현재 이 두 골프장은 투 버전으로 운영되고 있다. 샨킨베이는 천 회장의 방침에 따라 철저한 회원 위주로 운영된다. 대신 선저우 페닌슐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돌을 갈아 만든 모래의 사용여부는 엄밀히 말하자면 전문가의 평가 기준일 뿐 주말골퍼들에게는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을 사용하므로써 코스의 전망이 전체적으로 더 좋아졌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선저우 페닌슐라GC는 아름다운 골프 코스다. 동코스 18홀, 서코스 18홀로 나뉘는데 모든 홀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그림이다. 특히 바닷가에 접해있는 코스는 백사장이 그대로 벙커 노릇을 한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마운드가 심하지 않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렸음에도 불구하고 리조트형 골프장답게 난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60여명의 캐디가 있어 미리 신청만 하면 된다.
체류시 숙소로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근 쉐라톤 호텔과 포 포인트 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이 두 호텔과 골프장 간에는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골퍼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저녁 무렵 호텔과 골프코스 백사장을 걷는 것도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다. 부근 완닝 시내에 들러 토속 음식과 열대 과일 등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소 무덥게 느껴지는 링크스코스 라운드가 싫어지면 인근 고산지대에 위치한 칠선령CC나 백석령CC에서 라운드하는 것도 강추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