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사연맹(IFAC) 차기 회장 주인기 연세대 명예교수 "공공부문 부실하면 국민이 고통"

      2016.12.13 17:35   수정 : 2016.12.13 21:54기사원문


국제회계사연맹(IFAC)은 전 세계 공인회계사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로 131개국 180개 회계전문단체가 가입해 있다. 국제감사기준, 국제윤리기준, 국제공공부문회계기준 등 회계 관련 제기준에 대한 독립적 제정기구로 회계분야의 유엔으로 불린다.

IFAC는 지난달 주인기 연세대 명예교수를 차기 IFAC 회장으로 선임했다. 주 교수는 2년간 IFAC 차기회장직을 수행한 뒤 2018년 11월 한국인 최초로 IFAC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13일 서울 연세로 연세대 신경영관 연구실에서 주 교수를 만나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소감과 취임 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IFAC는 유럽과 미국 등 특정지역의 영향력이 강한데, 이를 극복하고 회장에 선임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IFAC는 크게 아시아.태평양, 유럽, 아메리카, 아랍.중동 등 4지역으로 나뉘는데 과거 아시아.태평양회계사연맹(CAPA) 회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 도움이 됐다. 전통적으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등이 회계 분야의 대세 지역으로 꼽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일본도 과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회계 분야에서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4년 전 한국인 최초로 IFAC 이사가 된 이후로 기획예산위원회, 법개정위원회, 회비개선위원회 등 IFAC 내의 주요 자리를 거친 뒤 지배구조위원회의 의장까지 맡았다. 경험과 지역안배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차기회장에 선임되면서 글로벌 회계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10위권이지만 회계 위상은 아직 낮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국제기구 조사에서는 여전히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가방식이 잘못됐다는 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오너에 의한 책임경영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 세계는 이미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나라 지배구조가 예전 오너에 의한 지배구조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국제기준에 맞는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데 최선을 다해 이바지할 생각이다. 이것만 이뤄지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다. 주군이 있는 지배구조는 조언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청와대야말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야 하고 시정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주인이 바뀌는 탄탄한 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 회계산업이 잇따른 회계부정과 신뢰도 추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해결방안이 있다면.

▲국내 회계산업 신뢰도 추락은 우리나라 전반에 퍼져 있는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의식 약화가 원인이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기보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의식이 커져 있다. 그 다음에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이유가 된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는 투명한 회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1인 지배구조에서는 이것이 필요가 없다. 정보의 독점을 원하지 투명한 회계를 원하지는 않는다. 일련의 회계부정 사태에서 만약 투명하게 모든 정보가 제때 제공됐으면 이해관계자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를 회계사의 잘못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회계업계가 감사보수 현실화, 자유선임제 개선 등을 얘기하는데 완전하지는 않지만 과열경쟁으로 무너져버린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회장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두는 쪽이 있다면? 국내 회계업계와의 공조 계획은.

▲가장 중점적으로 두고 싶은 건 공공부문 회계개선이다. 독점적 지위에서 비효율화가 유지될 수 있는 게 공공부문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국민총생산의 40%가량이 공공부문에서 나온다. 민간기업이 망하는 것과 달리 공공부문은 부실이 크더라도 망하지 않는다. 대신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 공공부문 권한도 명확하지만 책임도 명확한 투명한 조직이 돼야 한다. 때문에 취임 후에는 공공부문의 정보,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일 생각이다. 또한 최근 글로벌 경제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이후 회계부문의 나갈 길을 마련하겠다. 일부 창조적인 업무를 제외하고는 정보기술(IT)이 대체하게 될 향후 사회에서 회계가 어떤 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 새로운 모델은 무엇인가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부패, 세금 등에 있어서 회계를 통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겠다. 아울러 중소회계법인들이 어떻게 강소회계법인이 되도록 할 것인가 고민하겠다.


현재는 글로벌 회계시장에서 일부 대형 회계법인이 회계업계를 끌고 있지만 이들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중소 회계법인이 어떻게 사회에 잘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지 하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을 앞으로 2년간 만들어서 잘 이행토록 할 것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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