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방도시에서 보드카 대신 로션 마신 주민 30여명 집단 사망

      2016.12.19 21:37   수정 : 2016.12.19 21:37기사원문
러시아 동 시베리아 지방의 중심도시이자 바이칼호 인근에 위치한 이르쿠츠크에서 메틸 알코올이 함유된 피부 보습용 로션을 보드카 대용품으로 마신 현지 주민 30여명이 집단으로 사망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이르쿠츠크 지부는 19일"현재까지 가짜 술을 마시고 숨진 주민이 33명으로 파악됐다"며 "일부는 병원에서 사망했고 일부는 집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이밖에 10여 명이 중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수사·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노보레니노 구역 주민들이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단체로 중독 증세를 보여 사망했다.

일부 환자들은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오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병원 도착 후 곧바로 사망했으며, 또 다른 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사상자를 포함 모두 54명으로 35~50세 사이의 빈곤 계층에 속한 주민들로 파악됐다.

당국의 확인 결과 이들은 현지 상점들에서 피부 보습용이나 사우나용으로 판매되는 로션 제품 '보야리쉬닉'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에는 메틸 알코올과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된 것으로 성분 분석에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제품 안내문에 음료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으나 이를 무시했다.

현지 주민들은 그동안 비싼 보드카 대신 값이 싼 알코올 함유 화장품이나 향수 제품 등을 물에 타 보드카 대용으로 마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선 보드카를 살 형편이 못 되는 빈곤 계층 주민들이 값싼 공업용 알코올이나 가짜 보드카 등을 마시고 실명하거나 사망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해 왔으나, 이번처럼 한 구역 주민이 한꺼번에 중독돼 대규모로 사망한 사건은 이례적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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