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서 가해자로.. 섬뜩한 ‘데이트 폭력’
2016.12.21 17:42
수정 : 2016.12.21 22:27기사원문
믿고 의지하던 연인이 가해자로 돌변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데이트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으로, 교제 중인 연인 뿐만 아니라 결별 후 일어나는 보복성 범죄, 스토킹 등도 포함된다.
경찰청은 올 2월부터 데이트폭력 사건 전문 수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모든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 근절 TF'를 운영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이 좀처럼 줄지 않아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감금.폭행에 협박 문자까지…
21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9일 형사13단독 이차웅 판사는 상해, 감금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7)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4월 30일 밤 11시께 동거하던 정모씨(37)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고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이로 인해 정씨는 전치 2주 치료가 필요한 다발성 좌상을 당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죄질이 좋지 않은 점, 이전에도 정씨를 폭행했다"며 "다만 이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정씨가 이씨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이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3)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조치 등을 선고했다. 김씨는 여자친구였던 황모씨(24)가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사진과 문자를 잇따라 보낸 혐의다.
김씨는 지난 9월 19일 새벽부터 황씨에게 자살을 시도하는 듯한 사진과 함께 "피나, 됐지?", "난 죽기만 하면 돼", "내가 죽는다는데 내가 너 피해줬어?" 등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나 이제 너 말 잘 들으면서 살면 안 될까?"라며 황씨를 회유하다가 "왜 나만 차단해서 내 연락만 안 받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후에도 황씨 집에 침입하거나 계속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 데이트폭력 방지법 재추진.. "처벌 강화해야"
최근 5년간 연인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사람이 300명 가까이 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33명이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폭행치사, 상해치사를 포함하면 모두 296명이 연인에게 목숨을 잃었다. 살인미수 피해자도 309명이며 연인에 대한 폭행으로 검거된 인원은 1만4609명이다.
박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데이트폭력 방지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예정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19대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안 된 채 폐기됐다"면서 "간담회 등을 통해 여성단체,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상반기 중 재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을 가정폭력처럼 개념을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령이 없어 효과적이고 실효적인 제재가 힘든데다 피해자 보호조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여성단체는 데이트폭력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데이트폭력법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데이트폭력을 중대한 범죄가 아닌 사랑싸움 정도로 보고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트폭력을 가중처벌해 달라는 게 아니라 폭행, 감금 등 혐의를 있는 그대로 기존 법에 적용하고 처벌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트폭력 방지법에 대해서는 "19대 국회 당시 발의안은 보호처분이 주 내용이어서 오히려 기소유예 등을 남발할 여지가 있다"며 "접근금지 명령 등 피해자 보호 조치는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와 관련해 발의된 스토킹처벌법 4건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