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맞불 모두 성탄의 축제 즐겨요

      2016.12.24 21:37   수정 : 2016.12.24 21:37기사원문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과 맞불 집회는 성탄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광화문 일대에 나온 시민들은 촛불, 맞불 할 것 없이 모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루돌프가 새겨진 머리띠를 하는 등 성탄전야 집회를 축제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 데이트 대신 촛불 들고 태극기 흔든 연인들
이날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손을 잡고 나온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불안정한 시국으로 인해 따뜻하고 달콤한 데이트를 포기하고 대통령 탄핵 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김종진씨(25)는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만났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트도 하고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고 싶어 거리에 나왔다”며 “나와 보니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은 아직 이 변화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영웅(31)·공서하(26·여) 커플은 데이트 대신 태극기를 들고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 참석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너무 억지스런 선동의 측면도 있다”며 “촛불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까지 주장하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것으로 단지 선동으로 인해서 너무 깎아내려지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퇴진’ 개사 캐럴 인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가사로 바뀐 캐럴을 부르며 성탄전야를 즐겼다.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개사한 캐럴을 따라 부르며 흥겨워했다.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는 ‘근혜는 아니다’로 바뀌었고 ‘창밖을 보라’는 ‘박근혜 퇴진 박근혜 퇴진 국회도 탄핵했다’로 개사됐다. ‘촛불 사이로 피켓을 들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로 바뀐 징글벨과 ‘기쁘다 비선 오셨네 문고리 잡아라’ 등 캐럴로 인기를 끌었다.

무대 공연에서 반도체 노동자 인권모임인 반올림 일원들은 가수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을 ‘크리스마스에는 퇴진을’으로 개사하는 것은 물론 비틀즈의 ‘헤이 주드'(Hey Jude)를 ‘하야 하야 헤이 박(근혜)’ 등의 가사로 변경해 불렀다.

정주영씨(19·여)는 “수능이 끝난 수험생인데 1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브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 오늘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 나오게 됐다”며 “친구와 함께 끝까지 같이 있으면서 오늘을 추억의 순간으로 간직하려 한다”고 말했다.

청년 산타, 아이들에 선물 증정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소속 청년 300명은 산타 복장을 하고 집회 현장 곳곳을 누볐다. 청년 산타들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박근혜에게 수갑을' 등 구호를 외친 뒤 집회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건넸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며 선물을 나눠주는 청년 산타들에 아이들은 환한 웃음을 보였다.

산타 복장을 한 일부 시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들의 혐의가 끝없이 나온다며 이를 조롱하는 의미로 ‘양파 까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외에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서도 ‘박근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깨끗한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의 문구를 LED 불빛으로 선보이며 성탄 전야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jun@fnnews.com 박준형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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