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추경하겠다는 정부, ‘2월 추경’ 주저하는 이유는?

      2016.12.25 17:53   수정 : 2016.12.25 17:53기사원문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위험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국회가 아무리 서둘러도 내년 2월 추경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또 추경이라는 것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편성, 집행되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4분기 추경예산 국회 통과는 없었다.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보이며 정치권이 요구하는 2월 추경 편성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절차상 시기를 고려해도 2월 추경은 쉽지 않은 셈이다.


■추경 2월 편성은 절차상 무리

정부가 지금부터 추경을 검토해도 최소 한달 이상 걸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일 "자연재해 등 특정 목적이 아닌 경기보강용 추경은 규모도 크고 사업발굴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추경 절차는 정부가 추가 편성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세부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으로 명시된 추경 요건에 부합해야 하는지 검토하고 각 정부 부처들과 협의해야 한다. 경기부양 목적으로 추경을 한다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규모를 예상해야 한다.


정부안이 만들어지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국회는 상임위별로 추경안을 검토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번 추경의 목적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 국회 모두 검토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와 추경은 총 세번 했는데 국회 통과일은 평균 29일이었다. 정부는 2013년 4월 18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20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은 18일 만에 최종 결정났다. 올해는 국회 제출 이후 40여일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보강으로 추경을 하면 보통 15조원 이상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의 규모는 아무리 빨라도 두달 걸린다"고 말했다.

■"본질에 벗어난 깜깜이 추경 될 수도"

추경을 1.4분기에 편성, 집행하는 것 역시 추경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재정법에 추경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의 중요한 변화, 법령에 따른 국가지출 발생.증가 등이다.

이번 정부 들어와 편성한 추경은 2013년 경기침체 및 세부 결손비용,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및 가뭄대응, 2016년 구조조정 및 일자리 창출의 목적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하반기에 추경이 실시됐다. 추경은 우선 재정을 집행하고 전반적인 경제지표와 대내외 상황을 확인한 후 전략적으로 편성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2월 추경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2015년 추경도 7월, 올 추경도 9월에 결정돼 추가적인 경기 하락을 막아냈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연중 추경이 가장 이른 시점에 통과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정부는 3월 30일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했고 한달여 만에 국회는 추경을 통과시켰다. 2009년에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소비, 투자, 수출 등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경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추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 조기대선이 예상되면서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흐름이 안좋아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한다고 하니 그 후 경기상황을 좀 더 파악한 후 규모와 추경 목적 등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1.4분기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역시 "당장 상반기에 추경을 집행할 이유는 없다"며 "특정 지역에 예산을 몰아주는 등의 위험 때문에 선거 전에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추경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며 "추경을 하면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선심성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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