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이야기에 눈물 쏟던 崔.. "獨 재산 있다면 몰수하라" 발끈
2016.12.26 22:08
수정 : 2016.12.26 22:08기사원문
19년 만이다. 지난 1997년 한보사태 이후 처음으로 구치소 현장청문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까지 야기한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최순실씨가 지난 10월 중순 사건이 본격 불거진 지 두 달여 만에 비로소 입을 열었다.
26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서울구치소 수감장 접견장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감방 청문회'장. 수형번호 628을 달고 나타난 최씨는 건강이상을 호소하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부분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관련된 질문을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공개로 열린 탓에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최씨는 딸 정유라씨 대목에선 눈물을 쏟다가 마스크로 닦아내기도 했다.
최씨는 "종신형도 각오하고 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내비치려 했지만, 위원들은 "뉘우치고 참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최순실 "몰수 할 수 있으면 하라"
이날 '감방 신문'에는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장제원.하태경.황영철, 민주당 김한정.박영선.손혜원.안민석,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참석했다. 최씨 신문은 순탄치 않았다. 최씨의 청문회장 출석거부와 구치소 측의 현장촬영 거부 등으로 국조특위가 최순실씨를 만나기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약 5시간30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수감동 방문에 난색을 표한 법무부, 서울구치소 측과 위원들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최씨가 있는 수감동에서 비공개로 '감방 청문회'가 열린 것.
연한 녹색 수의 차림의 최씨는 '628'이라고 번호가 새겨진 노란 명찰을 달고 수감동 접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치소 측은 최씨가 공황장애 약도 반입했다고 전했으며 최씨 역시 위원들에게 "혈압약을 먹고 있다. 심장이 나쁘고 두통도 있다"고 호소했다. 의원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최씨는 "심신이 어지럽고 심경이 복잡하다"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했고, "삼성에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에 재산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푼도 없다. 몰수할 수 있으면 하라"고 발끈했다. 태블릿PC 문제에 대해서도 "2012년에 처음 봤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히 딸 정유라씨 대목에선 눈물을 보였다. "대통령과 딸 중 누가 더 걱정되느냐"고 물었더니 "딸"이라고 답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서울구치소 측 심문이 종료된 후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최씨가 마지막 남긴 말은 바로 '나라가 바로섰으면 좋겠다'였다"고 전하자 동료의원은 물론 브리핑을 듣던 취재진도 일제히 헛웃음을 떠트렸다.
또 다른 위원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최씨의 당당한 모습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최순실은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오로지 내가 왜 구속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자조적인 한탄을 들어야 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종범 "대통령이 모두 지시"
이날 남부구치소에서 진행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심문에서 안 수석은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중 본인이 판단했고 결정해서 이행한 적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의 질문에 "단 하나도 스스로 판단하고 이행한 적이 없고 모두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4.16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그 전후로 박 대통령의 일정이 빡빡했는데 그날만 유독 일정이 비어 있었다"며 "박 대통령은 매우 피곤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관저에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박범계 의원은 "정 전 비서관이 그날 오후 2시가 지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저로 가서 박 대통령을 직접 봤다고 처음에 말했다가 나중에는 대면했는지 인터폰으로 대화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말씀자료'가 최순실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최씨가 의견을 말하고 밑줄을 치면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구치소 청문회에 대해 김성태 위원장은 "헌법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자는 청문위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여전히 모르쇠로 연명하는 최순실을 보며 소명의식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