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2017.01.12 17:14   수정 : 2017.01.12 17:14기사원문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우리는 자본주의란 끊임없이 진화해나갈 수 있는 궁극의 체제라는 인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대전제로 수정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2.0'에서 공유가치 창출에 기반한 '자본주의 5.0'에 이르기까지 늘 업그레이드 버전의 자본주의를 상정했다. 자유시장은 영원하고 자본주의는 최종적인 형태로서 세상에 어떤 변화가 와도 포용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관점을 과감하게 바꿔보자. 자본주의의 앞날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포스트자본주의', '자본주의 이후'가 꼭 자본주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수밖에 없을까. 영국 BBC와 채널4의 경제에디터를 역임한 저자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정보기술(IT)의 혁명적인 발전은 결국 자본주의의 해체를 불렀으며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IT는 자본주의에 의해 촉진됐고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대부분의 가치를 '0'으로 밀어붙여 소멸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IT에는 시장과 임금, 그리고 사유재산권에 기초한 기존 경제를 괴멸시킬 잠재력이 있다. 거의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시장 시스템의 틈새와 구멍들 속에서 경제생활의 다양한 흐름은 다른 리듬을 따르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지원하는 기업 중심 자본주의'라는 현 체제와는 정반대 방식으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꾸는 중이다. 이처럼 지형이 달라지면 새 길이 열리게 마련이다.

이같은 위기가 남길 잿더미 속에서 인류가 좀 더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를 만들어낼 기회는 있을까. 저자는 곧 코앞에 닥칠 위기는 심각하지만 희망을 가질 근거는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이야말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이해한 채 미래를 예측하고 빚어낼 수 있는 인류 역사상 처음 맞이하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미래를 위한 토대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과거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1부는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기로가 자본주의의 위기에 관한 내용이다. 2부에서는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포스트자본주의 이론을 간략히 소개한다. 3부에서는 포스트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어떻게 이뤄질지를 알아본다.


데이비드 런시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저자는 어떤 대답으로 이어질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신선함과 통찰이 담겨 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엑스레이 같은 통찰력과 함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불꽃으로서 이 책만한 게 없다"고 평가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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