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속에 떠난 오바마 부러워만 할건가

      2017.01.12 17:37   수정 : 2017.01.12 17:37기사원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8년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했다. 퇴임을 열흘 앞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긴 여운이 남는 고별연설로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민주주의를 유지하자면 차이를 넘어 결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합을 강조할 때가 그랬다. 오바마의 아름다운 퇴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비롯해 대통령마다 임기말 비극을 재연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씁쓸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에게 환호가 쏟아지는 까닭이 뭘까. 혹자는 지난 연말 기준으로 완전고용 수준으로 다가선 4.7% 실업률 등 지표를 거론한다. 괄목할 만한 경제 실적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퇴임을 앞둔 오바마의 지지율(55%)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37%)를 압도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핵 없는 세상' 구현이나 건강보험 문제 등 대내외 정책에서 적잖은 오류를 남겼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소통으로 미국민을 한데 묶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명예롭게 물러나게 됐을 법하다.

그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우리 정치의 현실을 투영해 보자. 그는 연설에서 "노예제의 유산이 사라진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 당선자에게 인종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러나 열성 지지자들이 트럼프 정권으로 권력이양에 거부감을 나타내자 단호히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을 주문했다. 선거를 앞두고 자기 진영에는 맹종을, 상대편에는 증오를 부추기는 우리의 부박한 정치 풍토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현실로 다가올 조기 대선과 그 이후가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우리는 지역.이념도 모자라 계층.세대별로 갈가리 찢겨 있는 '갈등 공화국'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탄핵 정국의 광장에서는 '촛불'과 '맞불'이 부딪히고 사이버 공간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박사모'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미는 '문빠'가 격돌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준내전 상태가 이어진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통합은 공염불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만 낡은 정치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텐가. 4.13 총선 표밭의 민의도, '촛불 민심'도 경제.사회적 공정과 이를 이룰 수단으로 정치적 협치를 명령하고 있다.
정치권은 승리지상주의가 아닌, '통합과 페어플레이'라는 오바마의 유산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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