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학교에서도…하루 4명 '갑질 성범죄' 피해

      2017.01.15 15:59   수정 : 2017.01.16 09:57기사원문
#. 모 대학 A교수는 제자인 여학생에게 흑심을 품었다. A교수는 ‘성적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여학생을 협박, 성폭행했다. A교수의 범행은 1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3년간 수십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다. A교수는 결국 강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이른바 갑(甲)질이 횡포 수준을 넘어 성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직장 내는 물론이고 보육원과 학교 등에서 미성년자에게 손을 뻗치는 성범죄도 횡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100일 특별단속…444건 적발·507명 검거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성범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00일간 총 444건이 적발되고 507명이 형사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평균 4명 이상이 갑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직장 내 상사에 의한 성범죄가 374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경찰은 386명을 강간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검거했다. 체육계나 예술계에서 발생한 갑질 성범죄는 9건이 적발됐고 11명이 검거됐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단속에서 교내 또는 시설 내 갑질 성범죄가 상당수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교사들에 의해 자행된 교내 성범죄는 34건이 적발돼 34명이 검거됐다.

보육원과 고아원 등 시설 내 학대는 27건 적발에 76명이 검거됐다. 교내 및 시설에서 적발된 성범죄는 고발이 아닌 인지 사건이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갑질 성범죄는 훨씬 많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강제추행이 대부분인 직장 내 갑질 성범죄와 달리 교내 및 시설 내 갑질 성범죄 피의자들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로 입건된 경우가 많았다. 보육원에서 1명을 대상으로 여러 명이 집단적,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경우도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 넘어가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피해를 입으면 적극 고발하는 분위기로 사회가 바뀐 것이 갑질 성범죄 검거인원이 늘어난 이유”라며 “피의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인데 잘못된 방법으로 기득권을 표현하는 관행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이익 당할까 말 못해…조직문화 개선 시급”
갑질 성범죄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조직 내 권력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고 을은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범죄 자체가 구조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의한 것으로, 권력구조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피해를 당하고도 말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문제가 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조직 차원에서 성범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성범죄가 사적인 공간보다는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대학 신입생이나 직장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첫 2~3일간 성범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성범죄가 발생하면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우리도 가장 먼저 성범죄 관련 교육 등 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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