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해 벌금 내는 기분...'싱글세' 논란 재점화

      2017.01.15 15:13   수정 : 2017.01.15 17:19기사원문



#.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70만원 가량의 세금을 토해낸 미혼 직장인 박모씨(32)는 올해 연말정산 기간이 다가오자 울화부터 치민다.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친구들로부터 "세금을 환급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은 더욱 커진다. 세금이 공제된다는 연금저축, 기부금, 주택청약 등 갖은 애를 써봐도 기혼인 친구들을 쫓아가지 못한다.

'결혼이 최고의 세테크'라는 친구의 농담에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혼자에 비해 미혼자들에게는 혜택이 전혀 돌아오지 않는 연말정산 체계로 올해도 '싱글세'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지출을 줄여야 하는 싱글들의 경우 세금을 더 내고도,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에 비해 혜택은 턱없이 적다는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는디. 일부에서는 '개인의 선택'인 결혼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며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이 없으면 세금 더 내라는 '싱글세'
15일 소득·세액공제 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가 개통되면서 1인가구와 무자녀가구, 자녀를 둔 기혼가구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자녀가 있을 경우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가 될 수 있지만 자녀가 없는 가구나 싱글들에게 연말정산은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가구 유형에 따른 소득세 세 부담률 차이 분석' 논문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1인가구가 두 자녀를 가진 외벌이 혼인가구보다 연간 약 79만원의 세금을 더 낸다는 것이다.

싱글세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싱글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보완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저출산 문제를 들먹이면서 싱글세는 남아 있고, 무자녀가구들의 비난을 부추기곤 했다.

지난 201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보다. 당시 정부는 독신가구에 세금을 더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공식적으로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듬해 연말정산 추가 납부자 70% 이상이 독신과 무자녀 부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자 비난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정부는 싱글세 논란을 보완하기 위해 표준세액 공제금액을 기존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근로소득세액 1만원 확대 만으로 싱글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대대수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싱글도 서러운데...세금↑ 혜택↓
문제는 세금은 더 내면서 혜택은 적게 본다는 점이다. 직장인 이모씨(35)는 "요즘 주위 또래 친구들 사이에 결혼 안한 친구들도 3분의 1 이상은 된다"면서 "결혼을 하더라도 무자녀 계획을 가진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들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 정부는 근본적으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만들고 싶은 환경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세금으로 국민들의 공분만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면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마치 이건 결혼을 하지 않아 벌금을 내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싱글들이 세금을 더 내고 혜택을 덜 보는 건 연말정산뿐만이 아니다. 내집마련이나 자동차 구매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싱글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혜택이 적은 것은 이해하지만 '세금을 더 내고 있음에도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불만은 감출 수가 없다.

■' 저출산·1인가구' 문제 동시에 직면해야
저출산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우리시대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결혼을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N포 세대'와 아이를 못 낳는게 아니라 안 낳는 딩크족이 늘어나는 것도 엄연한 사회현상이다. 이는 소득에 비해 빠르게 오르는 물가, 상식 수준을 넘어선 과열된 사교육 시장 등 서민들의 열악한 경제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가구 유형에 따른 소득세 세 부담률 차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출산장려 혜택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충분하지만 세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경우 자칫 비자발적 1인가구의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당장 같은 명목소득에 대해 서로 세금이 다르다는 인식은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현금보조 혜택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인터넷 상에서는 조세저항에 대한 여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가구 유형이 됐다는 점을 들며 "저출산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면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기 쉬운 1인가구를 위한 다양한 세제혜택 역시 고민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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