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어린 사회공헌…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다

      2017.01.18 17:43   수정 : 2017.01.18 21:12기사원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개선한 글로벌 기업의 대표적인 예는 오일메이저인 셸(Shell)이다. 셸은 1990년대 그린피스에 의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다국적 모니터 단체가 꼽은 세계 10대 악덕기업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의 명성이 크게 하락하자 셸 경영진은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했다.

셸은 우선 사업장이 존재하는 지역주민 설문 등을 통해 회사 인식 및 문제점 등을 파악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사회발전을 위해 지역주민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 기업 현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후 셸은 단계적으로 고객.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했다. 2008년 국제투명성기구로부터 '동종업계에서 재무성과를 가장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환경 문제로 셸을 고소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르티네스는 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했다.

■사회공헌 리더 경영자 늘어

1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총수와 기업 대표들이 사내 사회공헌 리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롯데 비자금 수사와 총수 일가의 분쟁으로 기업이미지가 추락한 롯데그룹은 사회공헌을 오너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설립한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롯데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15년에 장학.복지재단 활동 및 여성.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에 약 1300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집행했다. 신 회장 역시 롯데문화재단 설립, 롯데액셀러레이터 설립, 청년희망펀드 지원 등에 약 27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딱딱하고 무거운 철강회사 이미지를 사회공헌을 통해 개선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글로벌 봉사 주간(볼런티어 위크)'을 맞아 지난해 5월 서울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직접 펼쳤다. 포스코봉사단 창단일인 5월 29일을 전후로 1주일간 전 세계에 있는 봉사단은 각 지역에서 재능나눔과 봉사활동을 매년 전개한다.

또 포스코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을 '나눔의 토요일'로 정해 월평균 5000여명의 직원이 복지시설 등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임원들도 매달 포항과 광양.경인 지역 1~4차 협력 중소기업을 방문, 경영상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법률.세무.인사노무 등 전문분야 조언을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평균 임직원의 일인당 봉사시간은 29시간에 달한다"며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포스코에는 지역사회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말했다.

전투기를 제작하는 국내 대표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회공헌을 통해 다소 폐쇄적으로 느껴지는 방산업체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있다. 사원 주도의 지난해 3월 설립한 봉사단체의 봉사단장을 하성용 대표이사가 직접 맡았다. KAI 나눔 봉사단은 직원들이 자금을 모금하고 직접 현장 봉사활동까지 나서는 참여형 사회공헌 단체다.

하 사장은 "나눔 봉사단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은 물론 소외된 이웃에게 진정 어린 사랑을 전해 모든 국민으로부터 박수와 존경을 받는 사회공헌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사 제품을 재난 현장에 투입해 기업이미지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과 칭하이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현지법인은 구조팀 파견뿐 아니라 피해복구 장비를 제공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강물이 범람해 수만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두산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밥캣 40여기를 제공, 피해를 복구함으로써 지역사회에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면세사업자 선정기준에 사회공헌 점수

정부는 사회공헌을 기업의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신사업 평가기준으로까지 확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세특허 사업이다. 정부는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회공헌 점수를 높게 채택했다. 그 덕분에 면세점이 특혜사업이라는 인식을 불식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된 롯데와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은 이미 각종 사회공헌 공약을 내걸었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020년까지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예산을 편성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특허권 취득 시 5년 누계 예상 영업이익의 20%인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3500억원을 베팅해 서초.강남 지역 일대를 '문화.예술.관광의 허브'로 키울 계획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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