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사육비 기준 없어 반려동물 관련 금융 싹 못틔워
2017.01.23 19:02
수정 : 2017.01.23 22:47기사원문
#. 일본의 '아스모'라는 소액단기보험회사는 지난 2015년 4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을 대상으로 '펫지킴이'라는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남기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반려동물 앞으로 보험을 가입하는 다소 생소한 일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정확한 수가 기준이 없어 관련 보험 등 반려동물 관련 금융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펫신탁도 시작 단계이기는 하나 세간의 관심에 비해 실제 가입자 수는 미미하다. 이 상품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진료비나 사육비에 대해 참고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고 제도적으로 진료수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반려 금융산업을 뒷받침할 만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려동물 금융상품 속속 출시
23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할 수 있는 '펫신탁' 상품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KB펫신탁'은 반려동물의 보호자인 주인이 사망하거나 생존하더라도 질병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주인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현행 법상 동물 앞으로 사람이 직접 유산을 상속할 수 없어 수익자와의 별도 계약 체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펫신탁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현재 KB펫신탁에 가입한 고객은 30명으로 모두 월적립식으로 가입했다. 가입금액은 약 300만원이다.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1인가구와 노령인구가 늘고 있는 국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향후 펫신탁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선진국에서도 펫신탁이 등장한 배경이 혼자사는 노인층이 늘면서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펫신탁 시장이 급성장하기보다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는 만큼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선제로 내놓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수가 등 기준 미비로 답보상태
펫신탁에 앞서 반려동물 대상 보험상품도 반려인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반려동물 의료보험 상품은 현재 3곳의 보험사에서 상품을 출시했지만 이미 몇몇 상품은 지난 수년 동안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출시를 중단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보험의 경우 병원마다 부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이를 제재할 기관도 제대로 없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메리츠화재가 '튼튼K' 반려동물 의료보험이 1년 만에 수익률 문제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의료보험은 삼성화재.롯데손해보험.현대해상 등 겨우 3곳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보험회사 한 관계자는 "수년 전 상품을 출시했다가 중단 후 다시 출시하긴 했지만 아직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수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손해율이 발생하고 있어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금융상품들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만큼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금융상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급한 문제는 진료비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독일의 경우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 하한선'을 설정해 하한선의 3배 이상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강제하지는 않지만 미국동물병원협회에서 진료비 평균값 등 기초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장 법적 규제는 아니라도 기준을 만들어 금융상품을 만드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이 반려동물 상품을 내놓는 건 손해를 감안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것"이라며 "의료수가 기준이 없다면 상품을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기도 힘들고, 결국 소비자도 값비싼 의료비에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도 진료비 기준 산정을 위한 데이터 산출을 활발히 하고 정부도 진료수가 기준 마련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