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강요행위 피해자" 탄핵소추위원단 판단 근거는?

      2017.01.24 17:03   수정 : 2017.01.24 17:03기사원문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 위반사유를 추가하면서 곳곳에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을 사실상 협박을 당한 '피해자'로 적시했다. 국회 측은 특히 대통령이 사기업의 경영에 강제력을 갖고 개입한데다 임원 인사에도 간섭하는 등 헌법상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 요구는 '사실상 강제력'
24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회 측은 전날 A4 용지 15쪽 분량의 탄핵사유 추가 변론조서를 제출하면서 재단설립에 대해 "대통령과 최순실이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력을 남용, 국가조직을 동원해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의무가 없는 돈을 출연토록 사실상 강요해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검에 앞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결과 기업들을 '피해자'로 명시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와 동일한 시각에서 재단 출연 문제를 바라본 것이다.

국회 측은 재단출연이 문화융성과 한류 세계화에 협조해달라는 당부에 기업들이 관례적으로 협조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회 측은 "대기업에 문화융성 투자를 요청하는 것을 넘어 애초부터 국가 재정이 아닌 사기업으로부터 각출한 금원으로 재단을 설립하려고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금원 각출 등 재단설립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했고 총수들과 면담 전에 당면 현안을 제출받았던 점에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할 경우 세무조사 등 각종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감안할 때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의 재단 출연 요구는 기업에 거절할 수 없는 '사실상의 강제력'을 지닌다는 게 국회 측의 판단이다.

이번 대기업 출연금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증언대에서 밝힌 진술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부회장은 전날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르재단 관련 보도가 나오자 지난해 9월 말께 청와대로부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이야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도 참여 기업이 자발적이었다고 말한 이유가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정경유착 아닌 관치경제
국회 측은 이번 사건을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는 것을 일컫는 '관치경제'의 소산으로 정의내렸다. 기업과 정권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결탁한 '정경유착'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특검의 시각과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다. 국회 측은 이런 관치경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할 폐습이며 박 대통령이 헌법 119조의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사기업의 경영 통제'를 금지한 헌법을 126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적으로 한다'고, 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간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기업 경영을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관련해 헌재는 전두환 정부가 부실기업 정리를 명목으로 해체한 '국제그룹 사건'에서 "개인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영권 불간섭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회 측은 아울러 박 대통령이 기업에 출연을 사실상 강요한 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사법연수원의 한 교수는 "국회 측이 원론적으로 뇌물죄 부분을 철회했다기 보다는 헌법위반을 다루는 탄핵심판 심리속도를 높이기 위해 위헌사유를 추가하면서 기업들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칙적으로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은 별개지만 2개의 검사역할을 하고 있는 국회와 특검이 한편에서는 기업들을 뇌물공여로, 다른 편에서는 피해자로 보고 있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뇌물죄'로 쉽게 이번 사건을 규정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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